백악관 대변인 "검열은 국민 자유 제한" 비판
미국 플로리다주(州)의 한 초등학교에서 젊은 시인 어맨다 고먼(24)의 작품이 금서 목록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고먼의 시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당일 축시로 낭송된 유명한 작품이다. 마침 플로리다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도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론 디샌티스가 주지사로 있는 곳이다. 백악관은 “명백한 검열”이라며 “확고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고먼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2021년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낭송된 고먼의 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이 플로리다 한 초등학교에서 금서 목록에 오른 것을 어떻게 여기느냐는 물음이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2년 전 취임식 때 바이든 대통령은 미 역사상 최연소 계관시인에 오른 고먼이 축시를 낭송하게 된 것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대통령과 바이든 행정부는 확실히 고먼과 함께한다”고 연대 의지를 강조했다. “책 열람을 금지하는 것은 곧 검열”이라고 단언한 장피에르 대변인은 “검열은 미국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우리 모두는 그런 종류의 행동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먼의 시가 금서 목록에 오른 건 플로리다에 사는 어느 학부모가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플로리다는 유독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화당 소속으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디샌티스가 주지사에 오른 뒤로 ‘이 책은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거나 읽기엔 부적절하다’는 항의가 제기될 때마다 검열을 실시하거나 금서로 지정하는 등 조치를 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먼은 흑인 노예의 후손으로 홀어머니(미혼모) 손에서 자랐다. 17세 때 역대 최연소로 ‘전미 청소년 계관시인’(National Youth Poet Laureate)에 뽑혔다. 그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에 축시 낭송을 위해 서기 직전 의회 의사당 난입사건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이든 당선은 무효”라며 의회 상하원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축시 낭송을 위해 연단에 오른 고먼은 이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는 나라를 파괴하는 힘을 봤지만, 민주주의는 주기적으로 지연될 수는 있어도 결코 영원히 패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지은 축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을 낭송했다. 낭송이 끝나자마자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미 언론은 “대통령을 대신해 고먼이 취임식장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며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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