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발생한 2호 태풍 마와르가 ‘슈퍼 태풍’으로 성장해 남태평양의 휴양지 미국령 괌에 상륙을 앞두고 있다. 수십년 만의 최강 태풍을 맞이하게 된 괌 주민들은 긴급 대피에 나섰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비상 선언을 승인했다.

CNN 등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루 레온 게레로 괌 주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안, 저지대, 범람하기 쉬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15만명에게 높은 곳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괌 지역에 대한 비상 선언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게레로 주지사는 “미국 본토와의 거리를 고려했을 때 비상 선언으로 괌에 자원을 지원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태풍 상륙 이전에 미리 비상사태를 선언해 달라는 요청서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다.
괌 주민들은 생필품을 비축하고 창문을 고정하는 등 태풍 상륙에 대비하고 있다. AP통신은 퍼시픽 데일리 뉴스를 인용해 지난 19일 괌의 식료품점과 철물점에서 사람들이 태풍으로 인한 고립에 대비해 통조림, 물, 발전기 등을 가득 실은 쇼핑 카트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 주택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집을 버리고 비상 대피소로 이동했다.

괌 기상청은 “폭풍이 지나간 후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며 “대부분의 나무가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기후 변화는 마와르와 같은 더 강력한 태풍이 찾아오기 쉽게 만든다”며 “이는 더 많은 강우량과 더 큰 폭풍·해일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앞으로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어로 ‘장미’를 뜻하는 마와르는 괌을 지나는 태풍 중 수십년 만에 가장 강한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기상청은 마와르가 최대 지속 풍속이 시속 241㎞ 이상인 4등급 ‘슈퍼 태풍’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괌 기상청의 수석 기상학자 패트릭 돌은 마와르가 괌에 도착할 때는 풍속이 시속 257㎞로 높아져 5등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일 괌 남동쪽 약 89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해 북서진 중인 마와르는 24일 정오 괌 남부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5등급 태풍이 괌을 직접 강타하는 것은 1962년 태풍 ‘카렌’ 이후 처음이다. 예상보다 덜 강화돼 태풍이 4등급에 머문다고 해도 2002년 ‘퐁사나’ 이후 처음으로 4등급 태풍을 맞이하게 된다.
괌은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다. 대한항공은 이날 운항하는 인천∼괌 항공편과 괌∼인천 항공편의 결항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10월에는 슈퍼태풍 ‘위투’가 괌과 가까운 북마리아나 제도를 덮치며 한국 관광객 1800여명이 사이판 등에 고립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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