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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비니시우스는 원숭이’ 구호 경기장 전체에 울려퍼져”… 발렌시아 “싸잡아 매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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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2 15:00:20 수정 : 2023-05-22 15: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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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스페인 라리가 2022~23시즌 35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와의 경기 도중 후반 28분 관중석의 발렌시아 팬과 언쟁을 벌이는 레알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왼쪽). 발렌시아=AP연합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레알 마드리드·브라질)가 발렌시아와의 스페인 라리가 원정전 도중 관중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은 사건에 대해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발렌시아는 비니시우스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일어난 것은 인정하면서도 다수의 관중이 한 행위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사건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라리가 2022~23시즌 35라운드 레알과 발렌시아와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레알이 0대 1로 끌려가던 후반 23분쯤, 발렌시아 선수가 건드린 경기장 밖의 공이 굴러와 비니시우스가 드리블하던 공과 우연히 부딪혔다. 이에 비니시우스를 비롯한 레알 선수들이 주심에게 강력히 항의하며 경기가 중단됐다. 

 

주심이 발렌시아 선수에게 옐로 카드를 주고 상황을 수습하던 중, 비니시우스가 골대 뒤편의 관중과 거칠게 언쟁하기 시작했다. 비니시우스가 주심에게 ‘관중으로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고 호소하며 양 팀 선수들은 말싸움을 벌였고, 경기는 10분 가까이 중단됐다.

 

당시 스페인 매체에서 경기를 중계하던 진행자는 “‘선수들을 향해 모욕적 발언을 하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동을 삼가해달라’는 방송이 경기장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경기 직후 주심은 공식 보고서에 비니시우스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일어났다고 적시했다.

 

보고서에서 주심은 “(경기가 중단됐던) 후반 28분쯤 경기장에 있던 한 관중이 레알 마드리드의 등번호 20번 선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향해 “원숭이다, 원숭이”라고 소리지르며 경기장에서 행해지는 인종차별 행위 금지 규약을 위반했다”며 “이에 따라 경기장 관계자가 그 관중에게 해당 행위에 상응하는 경고 조치를 했다. 아울러 경기는 확성기를 이용해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 중단됐다”고 밝혔다.

 

경기 도중 언쟁을 벌이는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흰색 유니폼)의 선수들. 발렌시아=EPA연합

 

레알 마드리드의 카를로 안첼로티(64·이탈리아)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니시우스를 향해 일어난 인종차별적 행위를 비판했다.

 

그는 “오늘은 축구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경기장 전체에서 우리 선수를 향한 ‘원숭이’라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주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고 성토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라리가는 좋은 팀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경쟁을 펼치는 리그다.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며 “우리는 2023년을 살고 있고, 인종차별이 설 곳은 없다. 나는 경기가 중단됐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모욕을 당한 당사자인 비니시우스는 트위터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스페인 축구계와 라리가가 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에서 비니시우스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처음도, 두번째도, 세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일상이 됐다”며 “리그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저들(인종차별주의자)의 편에 선다. 정말 유감이다”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과거 이 대회는 호나우디뉴,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호날두), 메시와 같은 선수들이 지배했지만 지금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니시우스는 “나는 나를 반겨준 스페인을 사랑하지만 이 나라는 인종차별적 사진을 전 세계 국가들에 내보이기도 한다”며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인종차별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끝으로 비니시우스는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이를 방어할 수단이 없다. 하지만 나는 강하다. 인종차별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라도 말이다”라고 다짐했다.

 

비니시우스가 당한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발렌시아는 성명을 통해 “발렌시아는 축구 경기에서 선수를 모욕하고 공격하는 어떠한 행동도 강력히 규탄한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 도중 발생한 사건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 팬들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안첼로티 감독의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기장 전체에 인종차별적 발언이 울려퍼졌다’는 안첼로티의 주장에는 반박했다.

 

라리가 사무국은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발렌시아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도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인지했다”며 “이번 사건과 함께, 경기장 밖에 비니시우스를 모욕하는 사진이 걸린 사례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라리가는 인종차별적 행위를 한 팬을 직접 징계할 권한은 없으며, 스페인 왕립 축구 연맹이나 검찰에 관련 처분을 의뢰할 수 있다.

 

한편 축구계 인사들은 비니시우스를 위로하며 인종차별적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역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수비수로 활약한 리오 퍼디낸드(45·영국)는 인스타그램에서 “스페인에서 누가 비니시우스를 지켜줄 수 있을까. 이런 X같은 꼴을 얼마나 더 봐야 하나”라고 개탄했고, AC 밀란 공격수 하파엘 레앙(24·포르투갈)도 트위터에 “이런 일이 언제쯤 일어나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아울러 비니시우스의 브라질 대표팀 동료인 파리 생제르맹의 네이마르(31)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너와 함께할게”라고 적으며 응원했고, 네이마르의 팀동료인 킬리안 음바페(25·프랑스) 역시 "너는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함께하며 언제나 응원할게"라고 적으며 연대의 뜻을 표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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