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엡스타인이 생전 빌 게이츠를 겁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엡스타인은 1990년대부터 10대 여성 수천명을 끌어들여 성 착취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러던 2019년 그는 옥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도에 따르면 게이츠는 지난 2010년께 20대 러시아 브릿지(포커 게임의 일종) 선수인 밀라 안토노바와 교제했다. 엡스타인은 이런 사실을 포착해 2017년부터 게이츠를 협박했다.
게이츠와 안토노바는 브릿지 게임 토너먼트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는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브릿지를 배웠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취미로 즐겨왔다.
WSJ는 “두 사람은 게임을 하며 불륜 관계를 이어갔고, 당시 안토노바는 브릿지 게임을 전파하기 위한 온라인 교육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안토노바는 50만달러(한화 약 6억6000만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게이츠의 측근이자 게이츠재단 과학고문인 보리스 니콜릭 빌앤드멜린다에게 엡스타인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엡스타인은 안토노바의 사업엔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안토노바는 투자 유치에 실패했고, 직접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프로그래밍 부트 캠프 수강료를 내기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녔다. 이때 엡스타인이 아무 조건 없이 등록금을 지원해 줬다.

당시 엡스타인은 성범죄 혐의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JP모건과 함께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선기금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다. 그는 주요 기부자로 게이츠를 끌어들이려 했다.
WSJ이 엡스타인의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그는 2011년부터 게이츠와 안토노바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엡스타인은 JP모건 경영진에 “본질적으로 자선기금은 빌 게이츠의 결혼생활이나 재단 직원들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인재 유치, 거버넌스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게이츠가 제안을 거절하자, 2017년 게이츠에게 이메일을 보내 본인이 지급한 안토노바의 코딩 스쿨 비용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WSJ는 한 소식통의 말을 빌려 “이는 돈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를 본인이 알고 있고, 그것을 폭로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메시지였다”고 전했다.
게이츠 대변인은 “게이츠와 엡스타인 사이 금전적 거래는 없었다. 두 사람은 오로지 자선사업 문제로만 만났다. 엡스타인이 게이츠를 끌어들이는 데 계속 실패하자 그를 위협하기 위해 과거 관계를 이용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토노바는 게이츠에 대한 언급은 거부했으며, 엡스타인을 만났을 당시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안토노바는 “그가 범죄자이거나 다른 속셈이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그 사람과 그가 한 모든 일이 모두 역겹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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