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살상 물품 신속 지원 약속”
젤렌스키 “韓 인도적 지원에 감사”
러 핵위협 겨냥 원폭자료관 방문
‘친러’ 모디 印총리에도 협력 호소
美 F-16 훈련 지원 받는 등 성과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지원,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전쟁이 한창인 국가의 정상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국제회의에 직접 참석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번 회의 ‘주인공’ 격인 G7 각국 정상들보다 더 이목을 끌며 ‘신스틸러’급 주목을 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의 폐막일인 21일 G7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G7은 우크라이나에 외교적·재정적·군사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착실히 이행하며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지켜낸다는 결의를 재확인했다.

그는 한국, 인도 등 참관 8개국 정상까지 참석한 세션에 동참했다. 세션에서 나란히 앉았던 윤석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첫 대면 양자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32분간 진행한 회담에서 비살상 물품 지원을 요청한 젤렌스키 대통령에 “지뢰제거 장비, 긴급후송차량 등 현재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하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 데 대해 사의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평화기념자료관도 방문했다. 원자폭탄 폭발 참상을 기록한 자료관을 찾는 행보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제사회를 위협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히로시마에 도착한 직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동했다. 전통적으로 중립 외교를 펼치며 러시아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러시아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서방과 거리를 두고 있는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조종사의 F-16 전투기 훈련 계획을 승인하면서 F-16 전투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에 얻어낸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F-16 전투기 등 이른바 ‘4세대 전투기’에 대한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훈련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회의 종료 뒤 회견에서 서방이 제공한 F-16을 러시아 영토에 투입하지 않겠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확고한 약속을 받았다고 전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D-16 지원은 서방에) 막대한 위험이 뒤따르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 만찬에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해 방사성물질이 유출됐던 후쿠시마 지역의 술, 음식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G7 회원국 및 참관국 정상들과 그들의 부인이 참석한 만찬에는 후쿠시마현 소재 주류회사의 사케, 피해 지역인 이와테현, 미야기현의 후식, 차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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