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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난 악몽 될라… ‘꿀벌 살리기’ 인류 미션으로 [20일은 '세계 꿀벌의 날']

입력 : 2023-05-19 06:00:00 수정 : 2023-05-19 02: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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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꿀벌 보호’ 기념우표 발매
100대 농작물 70%는 꿀벌 수분
작물재배 줄땐 식량·가축생산 비상
꿀벌 경제 가치 6조7000억원 달해

해충·기후 원인 폐사 갈수록 심각
국내서도 최대 200억마리 사라져
기업들 도심 양봉·꽃나무심기 나서

‘BTS보다 꿀벌이 먼저인데….’

 

‘꿀벌 기념우표’가 19일 판매된다. 22일 사전판매를 시작하는 방탄소년단(BTS) 기념우표에 비해 인기는 없을 것 같다. 꿀벌 우표는 한 장에 430원, BTS 기념우표는 7770원이다. BTS까지 끌어들여 꿀벌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건 20일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을 앞둬서다. 

 

‘세계 꿀벌의 날’이 20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꿀벌을 살리기 위한 도심 양봉과 꽃나무 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우정사업본부가 19일 발행한 꿀벌 기념우표 전지이며, 안쪽 사진은 롤스로이스 관계자들이 양봉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우정사업본부 및 롤스로이스 제공

웬 꿀벌의 날일까. 유엔은 2017년 12월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정했다. 올해 6회째인데, 저날은 슬로베니아의 유명한 양봉가이자 양봉 교육자인 안톤 얀샤(1734∼1773)의 생일로 알려져 있다. 화가의 자질을 뒤로하고 아버지가 치던 100개의 벌통에 몰두하다 현대 양봉업의 대가가 된 인물이다. 그는 그림이 새겨진 벌통을 블록처럼 쌓아올린 형태를 고안하고, 수컷 벌이 아닌 여왕벌의 역할을 조명했다.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며 양봉하는 것도 그의 성과라고 한다.

 

얀샤는 사후 200년 후 우표에 꿀벌과 함께 등장했다. 얀샤 우표가 나온 지 50년 후 우리나라에선 ‘꿀벌 기념우표’ 64만장이 풀린다.

 

◆꿀벌의 가치

 

왜 꿀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까.

 

꿀벌 기념우표를 기획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꿀벌은 꽃가루를 이 꽃, 저 꽃으로 나르며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식물의 수분(受粉)과 작물 생산을 도와 ‘화분 매개자’(pollinator)로 불린다”고 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파나 당근, 사과의 경우는 재배할 때 꿀벌의 기여도가 90%에 육박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식물이 수정하지 못하면 작물과 목초의 재배면적이 감소해 식량과 가축 생산이 줄어들고 결국 인류의 식량 수급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한 꿀벌의 서식은 자연 생태계의 안정성을 평가할 지표이기도 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기후변화 및 환경오염 등으로 개체수와 종 다양성이 급감하고 있어 생태계 붕괴와 인류 식량 위기까지 우려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각 국가는 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벌목(Hymenoptera) 꿀벌과(Apidae)인 꿀벌은 정전기를 이용해 온몸에 묻은 꽃가루를 경단으로 만들어 뒷다리에 붙이고, 이꽃 저꽃으로 날아다니며 성실히 옮긴다. 2022년 한국응용곤충학회 학술발표에 따르면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약 6조7000억원으로 추정되고,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꿀벌질병관리센터를 운영하며 꿀벌의 질병 예방과 방역 등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제공

◆아몬드, 오바마, 꿀벌

 

꿀벌의 날까지 생긴 건 10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아몬드 흉작 영향도 있다. 전 세계 아몬드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에선 아몬드 나무에 꽃이 피는 2∼3월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단일 수분이 일어나는데, 꿀벌이 매개체다. 1990년대부터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가 꿀벌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유다. 그러다 2013∼2014년 아몬드 흉작이 있었고, 꿀벌의 실종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014년 ‘꿀벌 등 꽃가루 매개자 보호를 위한 국가 전략’을 발표하고 농무부장관과 환경보호청장을 공동의장로 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당시 백악관은 “나비, 꿀벌 등 꽃가루 매개자는 미 경제에 240억달러 이상을 기여한다”며 “특히 꿀벌은 과일, 열매, 야채 등을 계속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150억달러(당시 약 15조원) 이상을 차지한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꿀벌과 나비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 전략은 2007, 2008년에도 있었지만 관계기관 14곳과 민간이 협력하는 대형 프로젝트는 처음”이라고 했다. CNN도 “꿀벌의 실종은 꽤 오래전부터 진행됐다”며 “2007년 이후 매 겨울마다 미국 꿀벌 떼 30%가 폐사하고, 2012∼2013년엔 캐나다와 유럽 등에서 꿀벌 떼가 20∼30%가량 사라졌다”고 소개했다.

 

UNDP 제공

◆사라진 꿀벌 200억마리 

 

우리나라에서도 꿀벌의 실종이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 전체 양봉농가의 18%가량인 4300여곳이 꿀벌의 실종을 경험했다. 전체 벌통의 10∼20%인 40만통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양봉협회의 추산은 더 심각하다. 전국 농가 1만8000여곳의 122만여개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벌통 1개에 1만5000∼1만7000마리의 벌이 있다고 하니, 최대 200억마리의 꿀벌이 자취를 감춘 셈이다. 양봉협회는 올해 전체 양봉농가 꿀벌의 절반이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꿀벌 폐사 원인으로 해충인 ‘응애’를 제때 방제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했지만, 양봉 농가는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지원해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 폐사 원인으로 응애에 대한 미흡한 대처 외에도 꿀벌의 면역력 약화를 꼽는다. 최근 몇년간 이어진 이상기후와 재작년 흉작, 난개발로 아카시아 등 꿀 원천인 밀원수(蜜源樹)가 급감한 점 등 복합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KB국민은행 제공

◆꿀벌 보호를 위한 노력들

 

꿀벌 보호를 위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노력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엔 건물 옥상 등에서 꿀벌을 기르던 도심양봉이 흔했다. 아모레퍼시픽, KB금융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K-Bee 프로젝트’ 일환으로 서울숲에 ‘K-Bee 도시양봉장’ 2호를 조성했다. 지난해 4월 여의도 KB국민은행 본관 옥상 양봉장에 이어 도심에 조성한 두 번째 양봉장이다.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 제공

LS는 2021년부터 경기 안성 연수원 LS미래원에서 토종꿀벌 육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엔 수확한 벌꿀을 사회복지시설 등에 전달하는데, 구자은 회장도 2020년부터 집 뒤뜰에 작은 벌통을 설치했다고 한다. 해외에선 롤스로이스와 포르쉐 등이 자사 공장이나 서킷에 꿀벌 서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요즘엔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 등을 겸한 밀원수 식재가 잦다. 이마트, 농심, 농협, 한미약품, 대구은행 등이 최근 꿀벌이 좋아하는 아카시아 나무 등을 심었다.

 

다음달 1일까지 일부 우체국에선 개구진 얼굴의 ‘꿀벌 날짜도장’을 소인 대신 받을 수 있다. 꿀벌 기념우표와 이 도장을 디자인한 김미화씨는 “원래 멸종위기종 등 친환경적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며 “꿀벌 이슈는 무겁지만 꿀벌이 날아다니며 즐겁게 꿀을 모으는 세상을 캐릭터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는 BTS 기념우표도 디자인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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