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집안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5·18 희생자 유족에 사과한 손자 전우원(27)씨에게 “5·18 때 태어나지도 않았으면서 주제 넘게 나서지 마라”고 질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전두환의 숨겨진 재산, 전우원 모자의 고백’에 출연한 우원씨는 할머니인 이 여사가 머물고 있는 서울 연희동 저택을 찾았지만, 이 여사는 그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이에 우원씨는 “할머니, 미국에서 보러 오라고 하셔서 뵈러 왔어요”라며 “많이 바쁘시죠?”라고 근황을 물었다.
이어 “사랑해요. 할머니”라는 메시지를 이 여사에게 보냈다.
이 여사는 앞서 이씨가 미국 뉴욕에 체류하면서 가족 비리를 폭로·주장했을 때만 해도 “돌아와라, 제발 이 할미 품으로”라며 “이 할미도 유방암 2기라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 함께 최선을...”이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날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이 여사는 우원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메시지에는 “마약에 손을 대고 해롱대는 것도 모자라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해? 5·18 때 태어나지도 않은 너는 주제넘게 아무 데나 나서지 말고 자신에게 떨어진 일이나 잘 처리하도록 해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우원씨는 ‘할머니를 만나 무슨 얘기를 하고 싶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할머니 잘 지내셨냐고. 비자금 관련해서 하실 말씀 있으시냐고. 제가 거짓말하는 것 같은지 아니면 진짜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는지”라고 답했다.
이 여사는 ‘우원씨의 비자금 폭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제작진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비자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겨우 열한살. 그 아이가 폭로하는 내용은 모두 그 어미가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우원씨가 앞서 KBS <더 라이브> 등에 출연해 ‘매주 일요일마다 할아버지 댁에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고 그때마다 돈 봉투를 나눠줬다’라고 폭로한 내용에 관해선 “(전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우원씨의 아버지인) 재용 일가는 일본에서 돌아온 후 분가해서 살고 있었고, 일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 모여서 운동하거나 놀이공원에 가거나 오락실에 가는 등 했기 때문에 손님을 일요일에 집으로 부르는 일은 없었다”라고 부인했다.
이 여사는 “우원이는 아무리 허튼 소리를 해도 내 피붙이라 끙끙 앓으면서도 참고 있지만, 우원이 친모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위자료로 받고 2007년에 이혼한 사람이 무슨 목적을 갖고 병든 아들을 사지로 몰고 가는지”라며 우원씨의 친모를 ‘저격’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우원씨의 어머니이자 전재용씨의 전처 최모씨도 출연해 ‘전두환 일가 비자금’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결혼 생활 15년 동안 연희동 자택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면서 “연희동 집 지하에 금고방이 있었고 방문에는 은행 대형금고와 같은 금속 핸들이 달려있었다. (금고방) 사방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 장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거기에 돈이 꽉꽉 채워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아버지(전두환) 서재에는 돈 세는 기계가 있었고, 며느리 3명이서 신권과 구권을 섞어 100만원씩 묶고 그걸 다시 1000만원 다발로 만드는 작업을 같이 한 적이 몇 번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자금을 찾기 위한 수사당국의 가택 수색 뉴스가 들려올 때마다 집에 있는 현금을 치우기 위해 친척들이 와서 가방이나 쇼핑백에 현금을 담아서 들고 나가는 장면도 많이 봤다고 했다.
이런 최씨의 주장에 재용씨는 해당 방송에서 “당시에 비자금이 없었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어린 며느리 앞에서 그런 거(금고방 등)를 보여줬을 리가 없다. 그분들이 주장하는 것 같이 그렇게 막 쌓아놓은 걸 목격했다든지 그런 것들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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