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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의료법 정부 이송… 대통령의 시간 2주밖에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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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05 22:00:00 수정 : 2023-05-05 20: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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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됨에 따라 정부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견을 참고하고 국무회의 논의를 거쳐 이들 법안의 수용(공포) 또는 거부(재의요구) 여부를 결정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은 오는 19일까지이기 때문에 이르면 9일, 늦어도 16일 국무회의에서 이들 법안에 대한 정부 입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오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 질 개선 위해 필요” vs “간호사 특혜법”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은 전날 정부로 이송됐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현행 ‘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로 확대하는 내용이고,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 면허 취소 사유를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처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두 법안에 대한 보건의료 직역 간 입장차는 뚜렷하다. 간호법 핵심 직역인 대한간호협회는 ‘급속한 고령화와 국가감염병 유행 등으로 간호·돌봄 인력 및 숙련된 간호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간호서비스 질 제고 및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간호법 제정은 필수적’이라고 환영한다. 반면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 자격을 ‘고교 졸업자’로, 업무도 ‘간호사 보조’로 제한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두 법안 모두 ‘간호사특헤법’, ‘의사면허박탈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간호법 제정안 입법 과정에서 ‘의료법 적용의 일관성 및 통일성, 현행 의료체계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협은 ‘직무관련성이 없는 범죄를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저지를 위한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투쟁 로드맵 발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 등 “법안 공포되면 17일 연대 총파업”

 

간호법과 의료법의 국회 통과로 보건의료계는 크게 양분된 상황이다. 의협과 조무협 등 13개 직역 단체들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달 3일 집단연가, 단축진료 방식의 1차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으며 11일에도 2차 단체행동에 돌입한다. 정부가 이들 법안을 공포할 경우 17일 연대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간협을 주축으로 한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총력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맞대응을 예고했다.

 

복지부는 일단 이들 법안의 공포·시행에 부정적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간호법 국회 통과 직후 “안타깝다”는 입장표명을 시작으로, 연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의료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지에 대한 질문에 조 장관은 “의료현장 갈등·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 생명·건강에 어떤 것이 더 합당할지 고민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찬반단체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 및 여당과 협의를 한 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단식농성장을 방문하여 곽지연 협회장과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곽 협회장은 지난 30일 단식 도중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농성장으로 복귀했다. 최상수 기자

◆‘총선이 코 앞인데…’ 고민 깊은 국민의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한 국민의힘 셈법은 복잡한 상황이다.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간호법·의료법 향방에 따라 표심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최근 간호법 관련 긴급 여론조사를 벌여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도 보건의료계 움직임이 표심에 미치는 폭발력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두 법안에 대한 절충안을 마련해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최근 연합뉴스에 “야당(더불어민주당)과 간호법 절충안에 대해 합의만 된다면, 정부에 이송된 법안을 그 단계에서 중지시키고 새로 마련한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직역 간 갈등과 현장의 혼란을 앞세워 간호법과 의료법안을 거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법률안 거부권은 대통령이 국회 입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이긴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를 무시한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거부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양곡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거부권 행사 직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좋게 본다’는 여론은 33%인 반면 ‘좋지 않게 본다’는 의견은 48%로 절반에 육박했다.

 

대통령실 전경. 뉴스1

◆대통령실, 공정·상식에 맞는 결정 고심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 쌍특검법 등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도 거부권 행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사유가 헌법과 법률에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보건의료계 직역 간 갈등을 거부권 행사 명분으로 삼기엔 어렵다는 시각이다. 게다가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의 공약 사항이라는 점이 거부권 행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간호협회는 지난 3일 협회 공식 유튜브에 ‘국민의힘이 약속한 간호법 제정’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국민의힘이 대선과 총선에서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을 보면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간호협회를 방문해 “간호협회의 (간호법) 숙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로 오게 되면 공정과 상식에 맞게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간호법 제정이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간호협회 간담회에서 말한 공약이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윤 후보가 간호협회를 방문했을 때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 정도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안다”며 “공식으로 후보가 협회나 단체에 약속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번 양곡관리법 관련해서도 여러 단체의 의견을 들었지만, 이번엔 관련된 단체들이 많기 때문에 좀 더 폭넓게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며 “잘 숙의해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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