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중국 견제 일념…바이든, 필리핀 ‘독재자 아들’과 정상회담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3-05-02 15:46:15 수정 : 2023-05-02 15:46:15

인쇄 메일 url 공유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을 논의하며 중국 견제 의지를 확인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독재자’라고 비판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로, 독재자 일가에 구애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맞았다. 그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백악관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며 “대통령께서 과거 부친인 마르코스 대통령,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함께 여기에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리는 공동의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으며, 필리핀보다 더 좋은 동반자를 생각할 수 없다”며 “미국은 남중국해를 포함해 필리핀을 지킨다는 우리의 공약에 철통같으며, 필리핀군 현대화를 지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필리핀이 처한 지정학적 환경은 가장 복잡하다”며 “남중국해와 아시아 태평양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필리핀의 유일한 조약 동맹과 관계 재정립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남중국해에서 항해와 비행의 자유에 대한 변함없는 약속을 확인한다”며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는 국제 안보와 번영의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필리핀은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친중 행보를 보였지만 지난해 6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취임 이후 다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마무리한 직후 필리핀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은 중국 견제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일본과 호주를 연이어 방문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안보협의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방미의 성격을 비교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이는 각각 나라와 이뤄진 정상 외교”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든 방문은 고유하며, 필리핀은 70년 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동맹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필리핀 방위에 대해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했고, 양국 동맹 강화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AP뉴시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독재자로 규정했던 마르코스 일가와 손을 잡은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65년부터 1986년까지 필리핀을 통치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86년 민주화운동 ‘피플 파워’로 쫓겨나 1989년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해 반대파 수천명을 체포·고문하고 살해한 것으로 악명을 떨쳤다. 부인 이멜다는 ‘사치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사치 행각으로 유명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아버지의 퇴진 당시 어머니 이멜다와 함께 하와이로 망명했다가 이후 정치적 입지를 다져 대선에 당선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국제사회의 왕따였던 마르코스 일가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환대 속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미국 연방법원은 1995년 마르코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고문 등 피해를 본 이들에게 20억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마르코스 일가는 필리핀에 돌아간 뒤 명령에 불복하고 동결된 자산을 판매했다. 이에 이들은 미국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됐지만 지난해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바로 축하 전화를 걸었다. 이어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 외교적 면책특권을 지니며 미국에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하며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미국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이던 1980년대에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으며, 하와이로 망명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노력에도 반대했다. WP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에게 면죄부를 줘 이들 일가가 부정 축재한 재산을 환수하고 독재에 책임을 물으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상큼 발랄'
  • 박보영 '상큼 발랄'
  • 고윤정 '매력적인 미모'
  • 베이비돈크라이 이현 '인형 미모'
  • 올데이 프로젝트 애니 '눈부신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