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 2009년 추진했다가 접어
향후 5년 동안 1조2840억원 투입
풍납동 토성·성북동 별서 등 복원
복원 힘든 경희궁지 디지털 재현
의정부지 주요건물도 2025년까지
서울 사대문 중 유일하게 복원되지 않은 돈의문을 실물로 되살리는 사업이 장기적으로 추진된다. 고려 남경의 궁궐터로 추정되는 청와대 등을 활용해 서울 지역 고려사 연구도 시작된다. 20여년간 끌어온 풍납토성 복원 작업은 속도를 낸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2기 역사도시 서울 기본계획(2023∼2027)’을 수립했다고 26일 밝혔다. 관련 사업에는 5년간 1조2840억원이 투입된다.
시는 우선 2000년 역사 속 주요 명소를 되살린다. 동대문, 숭례문, 숙정문과 달리 사대문 중 유일하게 실물이 없는 돈의문을 복원하기 위한 기본 구상을 시작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9년 재임하면서 돈의문 복원을 추진했으나 막대한 비용 등으로 사업이 좌초됐다.

광화문 앞에서 발굴이 진행 중인 의정부지는 주요 건물들을 2025년까지 디지털로 복원한다. 상부는 다시 덮은 후 역사유적광장으로 조성해 내년에 시민에게 개방한다. 시 관계자는 “부지가 넓고 고증이 필요해 제대로 된 복원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며 “어설프게 복원하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백제 왕성인 풍납동 토성 복원도 이어간다. 왕궁 추정지 등 핵심 권역을 집중 보상하고 주민들의 정주 환경을 개선한다. 복원이 어려운 경희궁지, 고대 백제 왕성 등은 학술고증을 거쳐 디지털로 만나게 한다. 고려 남경의 궁궐터로 추정되는 청와대, 고려 건축물 흔적이 출토된 신영동 유적지 등을 활용해 고려사 연구의 기초 작업도 시작한다. 앞으로 건축공사 과정에서 관련 유물이 나올 때마다 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현존하는 최고(最古) 금속활자, 과학기구인 일성정시의 등이 발굴된 종로구 공평동 15·16지구는 지하에 일부를 보존하고 유적전시관을 건립한다.

시는 문화재 복원뿐 아니라 시민이 역사문화유산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접점을 늘린다. 한강역사문화홍보전시관, 이순신 기념관, 전통문화체험시설, 서울물길박물관(가칭)을 만든다.
한강 나루터를 활용한 조선뱃길 투어, 독립운동 유적지 투어, 석유비축기지 등을 활용한 산업화 현장 체험을 진행한다. 광나루한강공원과 암사동 유적 사이에는 ‘암사 초록길’을 조성해 선사시대 암사유적지의 접근성을 높인다.
성북동 별서, 초안산 분묘군, 도봉서원 등 지역별 주요 역사문화유산을 복원하고, 아차산 홍련봉 보루 유구보호시설을 건립한다.
연구·교육도 강화한다. 서울 시내 매장문화재 위치를 지번별로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화유적분포지도’를 만든다. 지도가 구축되면 토지 매매나 건축공사 때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발 사업 전에 거쳐야 하는 문화재 보호조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개발 중 갑자기 문화재가 나와 일손을 놓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
또 서울역사교육네트워크를 구축해 박물관, 전시관, 기관별로 해온 역사교육을 통합하고 서울역사박물관에 어린이박물관을 조성한다. 서울·공주·부여 간 학술 네트워크를 구성해 백제왕도의 실체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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