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기준 충족 못했다"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원(F1)에서 ‘황제’로 통했던 독일인 미하엘 슈마허(53)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 편집장이 결국 해고됐다. 슈마허는 2013년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뒤 10년 가까이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2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악투엘레’의 편집장 앤 호프만이 이날 부로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보도했다. 호프만은 2009년부터 14년가량 악투엘레의 보도 내용을 책임져 온 것으로 전해졌다.

BBC에 따르면 악투엘레를 펴내는 독일 미디어 기업 풍케의 비앙카 폴만 발행인은 슈마허의 가족에게 사과했다. 폴만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는 절대 실리지 말았어야 했다”며 “우리와 독자들이 기대하는 저널리즘의 기준을 결코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폴만은 호프만의 사직이 슈마허와 인터뷰를 했다는 가짜 기사 때문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슈마허는 F1 대회에서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현재 53세인 그는 F1을 비롯한 숱한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수십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2006년 은퇴했다. 하지만 2010년 현역으로 복귀해 활동하던 중 2013년 12월 심각한 부상을 겪었다. 프랑스 알프스에서 가족과 스키를 즐기다가 불운의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것이다. 몇 달 동안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다. 이후 재활에 전념했지만 2018년까지도 혼자 걷지 못하고 말 역시 어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부터 10년 가까이 슈마허의 근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악투엘레는 15일 펴낸 최신호 표지에 슈마허의 웃는 얼굴을 크게 실었다. “미하엘 슈마허와의 첫 인터뷰”라는 문구도 대서특필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슈마허는 악투엘레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이후 나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며 “나의 아내와 아이들, 가족 모두에게 끔찍한 시간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악투엘레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가짜뉴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슈마허를 향한 질문을 슈마허 본인 대신 AI 챗봇에 물어 얻은 답변을 토대로 작성한 허구의 기사였다. 실은 악투엘레 스스로 표지 하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짜 같았다”고 밝혀 가짜임을 고백했다.
슈마허의 가족은 격분했다. 21일 그들은 “악투엘레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하루 만에 편집장 해고 및 발행인의 사과가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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