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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 비켜, 대세는 우리야”… 25년 만에 전성기 맞은 산리오 [미드나잇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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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20 21:00:00 수정 : 2023-06-07 15: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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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한국 진출한 산리오…최근 인기 급등
시나모롤·쿠로미 인기 견인, 매출 2배로 ‘껑충’
레트로 열풍 속 ‘공간 마케팅’ MZ 향수 자극
“카카오 등 韓캐릭터 성장 영향…자신감 바탕”

“포즈 조금 더 귀엽게. 자, 찍는다. 하나 둘∼”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의 시나모롤 카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귀여운 시나모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엄마가 아이를,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향해 열심히 휴대전화 카메라를 눌렀다. 교복입은 여학생들도 포토존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까르르’ 웃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AK플라자에 위치한 시나모롤 카페 내부에 설치된 대형 시나모롤 인형. 가장 인기 많은 포토존이다.

이 카페에선 대부분 ‘선찍후먹’(사진을 먼저 찍은 뒤 음식을 먹는다)이다. 주문한 음료와 와플이 나오면 다시 카메라를 켜야 한다. 음료에 올라간 시나모롤 아이스크림과 시나모롤 모양의 와플을 그냥 먹어치우기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방문한 대학생 김나연(20)씨는 “학창시절부터 가끔 보던 캐릭터였는데 이름은 몰랐다. 최근 산리오 인기가 많아지면서 이 캐릭터의 이름이 시나모롤이라는 걸 알게됐다”면서 “하얗고 말랑하게 생겨 귀여워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친구 송채원(20)씨는 “시나모롤 뿐만 아니라, 마이멜로디, 쿠로미, 폼폼푸린 등 산리오 캐릭터를 다 좋아한다”면서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데, 요즘엔 산리오 캐릭터 상품이 다양해져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산리오 캐릭터의 주 소비층은 10∼20대 여성이다. 그런데 이날 카페엔 어린이 손님도 적지 않았다.

 

시나모롤 카페의 대표 메뉴인 카페라떼와 와플. 시나모롤 모양의 와플과 라떼 아트가 그냥 먹기엔 아까울 정도로 귀엽다. 

엄마와 사진을 찍고 시나모롤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크림소다를 먹던 초등 2학년 A양은 “시나모롤도 좋아하지만 마이멜로디를 더 좋아한다”면서 “친구들도 산리오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쿠로미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엄마, 남동생과 함께 이곳을 찾은 초등 1학년 B양은 “남자친구들도 좋아한다”면서 “남자친구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는 포차코와 폼폼푸린”이라고 설명했다.

 

B양의 어머니 심진경(36)씨는 “아이가 워낙 좋아해서 카페에 데려왔다. 평소 관련 캐릭터 상품도 많이 사준다”면서 “하지만 같은 물건인데 산리오 캐릭터 그림이 붙어 2000∼3000원씩 더 비싼 가격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50세 키티부터 악당 쿠로미까지 100종 이상

 

산리오는 일본 캐릭터 전문 기업 사명이자 그 곳에서 태어난 캐릭터들을 뜻한다. 1960년 설립된 지역 특산물 기념품점이 1973년 산리오로 이름을 바꾸면서 본격적인 캐릭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듬해 동전지갑으로 출시돼 대박을 터뜨린 산리오 1호 캐릭터가 리본 머리핀을 한 ‘헬로키티’다. 내년이면 50세가되는 헬로키티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산리오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산리오의 대표 캐릭터.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마이멜로디, 헬로키티, 시나모롤, 쿠로미, 마이리틀트윈스타즈(남녀), 포차코, 가운데는 폼폼푸린.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산리오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캐릭터들은 따로 있다. 마이멜로디, 쿠로미, 시나모롤이다.

 

마이멜로디는 핑크색 두건을 쓴 토끼 캐릭터. 줄여서 ‘마멜’로 불린다. 1975년 출시됐으니 키티에 맞먹는 장수 캐릭터인 셈이다. 

 

2005년 ‘부탁해 마이멜로디’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는데, 여기에서 마이멜로디를 괴롭히는 역할로 등장한 캐릭터가 쿠로미다. 악당답게 짓궂은 표정을 짓고 검은색 악마 머리를 하고 있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귀여움을 지녔다. 쿠로미는 지난해 진행된 산리오 캐릭터 인기투표에서 한국 1위를 차지했다.

 

한국 2위, 세계 1위에 오른 시나모롤은 큰 귀를 펄럭이며 날아다닌다는 설정을 가진 흰 강아지다. 2001년 처음 선보인 캐릭터로 2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시나모롤 카페 내부에 꾸며진 캐릭터 포토존. 방문객들은 음료가 나오기 전 포토존에서 사진부터 찍는다.

산리오 캐릭터 상품은 1998년 한국 법인인 산리오코리아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초기 주력 상품은 키티였다. 당시는 국내 캐릭터 산업이 발달했던 때가 아니었고 캐릭터는 ‘어린이들이나 좋아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게다가 산리오 캐릭터 상품은 가격도 비싼 편이었다. 키티를 찾는 이들은 주로 어린이나 소수의 마니아층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키티를 비롯해 마이멜로디, 리틀트윈스타즈, 폼폼푸린, 케로케로케로피, 쿠데타마 등 산리오 캐릭터들은 꾸준히 문구류에 등장했다. 이때문에 30대들에게도 산리오 캐릭터는 익숙하다. 다만 이름이 무엇인지 몰랐을 뿐이다.

 

50년간 개발된 산리오 캐릭터들은 100종이 넘는다. 각 캐릭터마다 나름의 스토리와 콘셉트가 있다. 

 

또 국가마다 캐릭터 선호도는 조금씩 다르다. 한국에서는 쿠로미가, 중국에서는 모두의 타보가 비교적 인기가 많다. 일본에서는 최근 반인반어인 한교동 캐릭터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시나모롤 카페 내부에 꾸며진 캐릭터 포토존. 방문객들은 음료가 나오기 전 포토존에서 사진부터 찍는다.

◆25년 만에 인기몰이…라이선스 매출 100% 성장

 

유행의 거리 홍대앞에서 포착된 것처럼 산리오 국내 인기는 뜨겁다. 이날 시나모롤 카페에서 만난 산리오코리아 관계자는 “산리오 캐릭터들이 한국에 진출한지 25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서 “다양한 연령대에서 수요가 있는 만큼 라이선스 사업, 공간 사업 등을 확대해 앞으로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캐릭터 인기의 척도는 단연 ‘OOO빵’이다. 지난해 레트로 인기와 함께 돌아온 ‘포켓몬빵’은 없어서 못구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산리오도 SPC삼립과 손잡고 최근 ‘산리오빵’을 출시했으니 현재 최고의 인기 캐릭터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식품업계는 최근 산리오와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베스킨라빈스는 산리오와 협업으로 최근 크로스백을 출시해 완판했다. 롯데제과는 봄 한정판으로 산리오 몽쉘통통과 빼빼로 등을 내놨따.

 

시나모롤 카페 내부에 꾸며진 캐릭터 포토존. 방문객들은 음료가 나오기 전 포토존에서 사진부터 찍는다.

문구점의 경우 산리오 캐릭터가 없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 대형 문구점들은 산리오 캐릭터 전용 코너를 운영하기도 한다. 

 

산리오는 캐릭터 전문 기업으로 포켓몬스터와 달리 애니메이션이 없어 라이선스 사업이 주가 된다. 산리오 코리아에 따르면 2022년 라이선스 계약 체결 건수는 약 150건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같은 기간 라이선스 사업 매출은 2배로 뛰었다. 

 

산리오코리아 관계자는 “헬로키티에 집중됐던 라이선시 수요가 다양한 캐릭터로 확대되면서 사업이 급성장했다”면서 “특히 문구, 패션, 완구 부문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산리오 코리아는 ‘공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0년 3주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마이멜로디 팝업카페에 1만2000명이 다녀가면서 수요를 체감한 뒤부터다. 어떻게 찍어도 귀엽고 화사한 사진이 나오는 카페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인스타족들이 열광했다.

 

서울 시대 한 대형 문구점의 산리오 문구용품. 스티커, 수첩, 메모지, 필통 등 다양하다.

2021년 홍대 인근에 시나모롤 카페와 산리오러버스클럽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러버스클럽은 현재 재오픈을 위한 리뉴얼에 들어갔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에 오픈한 러버스클럽에는 부산은 물론 경남 인근 도시와 대구 경북 팬들까지 몰리고 있다. 

 

산리오코리아 관계자는 “오는 6월 홍대가 아닌 서울 다른 지역에 산리오러버스클럽을 추가로 오픈한다”며 “내년부터는 다른 지방 도시에서도 한시적으로 캐릭터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기 급상승 요인…“한국 캐릭터 산업 발전 덕”

 

키티 외에는 20년 넘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산리오 캐릭터들이 갑자기 ‘역주행’하며 부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로 레트로 열풍이 꼽힌다. 산리오코리아의 공간 마케팅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알려지면서 어린시절 문구류를 통해 산리오 캐릭터에 노출됐던 MZ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실제 산리오 캐릭터의 주요 소비층은 MZ세대 여성이다. 산리오코리아 인스타그램 팔로어수는 20일 현재 19만4000명인데, 18∼24세가 53.5%, 25∼34세 20.1%로 MZ세대가 73.6%를 차지한다. 13∼17세 청소년(17.8%)보다 훨씬 많다.

 

서울 시내 한 대형 문구점의 산리오 인형 코너. 각종 한리오 캐릭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산리오코리아는 국내 캐릭터 산업의 성장을 산리오의 인기 급부상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한국의 캐릭터 산업은 뽀로로 이후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데다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그러나 카카오프렌즈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성인들도 카카오 캐릭터를 친숙히 여기게 됐고, 캐릭터 상품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됐다. 최근엔 이모티콘으로 개발된 캐릭터가 상품으로 출시될 만큼 캐릭터 시장이 활발하다.

 

산리오코리아 관계자는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이 다져 놓은 캐릭터 산업 토양에서 오랜 역사와 다양한 캐릭터를 보유한 산리오가 25년 만에 꽃을 피운 것으로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포켓몬스터에 이어 일본 캐릭터 상품이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특히 영화 ‘슬램덩크’ 열풍과 맞물려 국내에서 부활한 ‘J컬쳐’(일본문화) 바람에 반감을 갖는 소비자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의 일본 캐릭터 소비는 한국의 문화적 자신감을 바탕에 두고 있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영돈 국민대학교 실용미술학과 교수(한국캐릭터학회 사무국장)는 “예전엔 한국 문구 기업들이 일본 캐릭터 기업을 배우려 노력했지만, 지금은 국내 캐릭터 산업이 발달했고 K컬쳐 열풍과 함께 한국 캐릭터들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면서 “다양한 국가의 캐릭터가 소비된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즐기고 포용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의미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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