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운명… 2024년까지 반드시 복원"
BBC "모두가 어렵다고 했지만 가능해 보여"
연금개혁 추진에 대한 국민적 반발로 곤욕을 치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부 연금개혁안에 대한 헌법위원회의 합헌 결정으로 고비를 넘기자마자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눈길을 돌렸다. 2019년 일어난 화재 이후 폐쇄된 대성당은 현재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2024년 12월 대성당에서 복원 기념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공사 현장을 방문해 작업 중인 전문가와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그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 국가 운명의 일부이자 우리 역사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화재 후 5년 만에 노트르담 대성당을 복원하는 것을 “거대한 위업”이라고 부른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 그 일을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14일) 아침 대성당 복원 현장을 방문해 작업자들과 대화한 뒤 더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며 “2024년 우리는 대성당 안에 있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마침 이날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마크롱 행정부의 연금개혁안을 합헌으로 판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기금 고갈을 막고 연금 수급자 수를 줄인다는 목표 아래 근로자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개혁안을 마련해 입법 추진을 강행했다. 야당과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며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이날 헌법위원회마저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을 밀어붙일 더욱 강력한 정치적·법률적 명분을 손에 쥐게 됐다.
헌법위원회 결정이 나온 날 마크롱 대통령이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을 두고 국민들에게 ‘이제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위대한 프랑스 재건에 힘을 모으자’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성당은 1163년부터 180여년에 걸쳐 완성된 프랑스 고딕 건축물의 최고 걸작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파리를 찾는 외국인들이 꼭 방문하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이런 대성당이 2019년 4월 불에 탔을 때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것은 물론이다.
연금개혁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반목과 다툼으로 갈기갈기 찢긴 프랑스 사회를 하나로 묶는 데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만큼 적절한 소재도 없다고 마크롱 대통령은 여기는 듯하다. 이날 그는 SNS를 통해 “대성당은 아직도 우리와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 있다”며 “나는 대성당에 헌정할 별도의 박물관을 세우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후 마크롱 대통령이 “5년 안에 복원하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중세에 지어진 건물을 과거와 똑같이 복원하는 데 5년은 너무도 짧은 기간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번에 연금개혁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마크롱 대통령 특유의 저돌적 스타일에 불과할 뿐이란 평가절하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날 대성당 복원 현장을 취재한 영국 BBC 방송은 “마크롱 대통령이 노트르담 대성당을 불과 5년 안에 복원해 운영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웃었지만 지금 안 웃고 있다”며 “화재 후 4년이 지난 가운데 대성당이 2024년 말까지 재건축될 것이라는 전망은 더 이상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대성당 복원 책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화재로 소실된 66m 높이 첨탑을 대체할 새 첨탑이 거의 완성 단계라는 사실을 소개하며 “앞으로 몇 달 안에 파리 시민들은 첨탑이 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쯤 되면 시민들은 대성당이 우리 곁에 돌아오고 있음을 실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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