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비행’ 하면 하늘에 수많은 열기구가 떠 있는 비현실적으로 멋진 사진이 떠오르기도 하고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열기구 체험도 떠오른다. 다양한 야외 행사의 분위기를 고조하는 가성비 좋은 이벤트로 주목받는 인간의 축제를 위한 풍선 날리기와는 달리 거미에게 풍선 날리기는 복불복의 생존 전략이다.

우리나라 전국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별늑대거미(Pardosa astrigera)는 1878년 독일의 생물학자 코흐(L. Koch)가 ‘별’ 또는 ‘별이 많다’는 의미를 갖는 라틴어 ‘astrigera’로 이름을 지어준 늑대거미과의 한 종이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암컷은 100개가 넘는 작은 알을 낳아 특수하게 만든 알주머니로 감싼 후 자신의 실젖에 매단 채로 활동하는데, 적당한 시기가 되면 새끼 거미들이 알주머니를 뜯고 나와 어미의 등에 있는 털을 하나씩 움켜잡고 매달려 며칠을 지낸다.
독립할 때가 되면 어미를 떠나 주변 나뭇가지로 올라가 풍선 비행을 준비한다. 누구의 명령 없이도 유전자에 기록된 본능의 지시로 다리를 쭉 펴고 배의 실젖을 들고 하늘로 향하게 하여 허공을 향해 거미줄을 뽑아 날리면 마치 풍선 비행을 하듯이 공기 흐름과 지구 전기장을 이용하여 날아오른다.
하지만 이러한 풍선 비행은 확산에는 유리하지만 도달하는 곳의 환경을 예상할 수 없는 탓에 새끼 거미들은 각자의 운에 따라 생존이 결정된다. 생존에 적합한 환경에 떨어지는 새끼 거미도 있겠지만 일부는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 떨어지는 매우 수동적이고 값비싼 대가를 가지는 기작(機作)이다.
지금쯤 봄의 따뜻한 햇볕이 산과 들의 찬 기운을 녹여주기 시작하면 복불복의 행운을 잡아 풍선 비행에서 살아남은 별늑대거미 새끼들이 풀밭 위를 열심히 기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끼들이 풍선 여행에 성공해 하늘의 별처럼 많은 별늑대거미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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