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119!” 화장실에 갇힌 남성, 6m 밖 휴대폰 인공지능이 살렸다

지난 5일 30대 건장한 남성이 자신의 집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갇혀서 5시간 이상 사투를 벌인 끝에 문 밖 6m거리에 있던 휴대전화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탈출했다. 남성이 갇혀있던 화장실은 반지하라 창문이 없고 폭 1㎡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30대 남성이 화장실에 갇혀 5시간 이상 갇혔다가 문밖 6m 거리에 놓여있던 휴대전화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 일이 알려졌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중심가 원룸에 사는 A씨는 지난 5일 오후 7시쯤 일과를 마치고 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문이 잠기는 바람에 꼼짝 없이 갇혔다. A씨 집 화장실은 넓이가 고작 1㎡ 남짓에 불과하고, 반지하라 창문도 없다. 

키 170cm, 몸무게 102kg의 건장한 체구인 A씨는 출입문을 발로 차고 몸으로 부딪치는 등 힘을 써봤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세면대 옆의 얇은 쇠 파이프를 떼어내 문짝 손잡이 옆을 3시간 이상 긁어서 구멍을 내보려 했고, 천장을 뚫어보려고도 했지만 모두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며 5시간 가까이 발버둥을 치던 A씨는 체력이 고갈돼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갑자기 A씨 머릿속에 방 안 책상 위에 놓아둔 휴대전화 음성인식 AI가 떠오른 것이다.

A씨는 이날 오후 11시 42분 처음 휴대전화 AI를 향해 말을 걸었다. 처음에 “하이 빅스비. 긴급전화”를 외쳤지만 응답이 없던 AI는 3분 뒤부터 A씨 목소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A씨가 전남 목포에 거주 중인 아버지와 어머니 전화번호를 불렀더니 차례로 연결해줬다고 한다.

자신의 집 화장실에 갇혔던 남성이 탈출하기 위해 천장에 구멍을 낸 모습. 연합뉴스

한밤중에 아들의 전화를 받고 잠을 깬 A씨 부모는 수화기 너머 아들이 “119! 119!”만 계속 외쳐대자 큰일이 났음을 직감하고 경찰과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A씨는 전화가 끊기면 다시 AI를 불러 부모와 통화를 연결해 “119! 119!”를 반복했다. 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서는 A씨 휴대전화 통화 신호로 위치추적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행히 강원도 횡성에 거주하던 A씨 여동생이 6일 오전 0시 5분 A씨 주소를 알려줬고, 경찰은 12분 뒤인 오전 0시 17분 A씨 집으로 찾아가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5시간 가량 빠져나오려 사투를 벌인 A씨가 AI에 도움을 요청한지 30여분 만에 화장실 탈출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A씨는 “휴대전화 AI가 없었다면 경찰과 소방서도 연락이 안 되고 아마 지금까지 갇혀 있었을 것이다. 휴대전화 덕에 살아 고맙게 생각한다. 어느 곳을 가든지 휴대전화를 꼭 챙기고 퇴로를 확보해야 함을 절감했다. 6일 있었던 자격증 시험에도 간신히 참석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그는 “천장에 통로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팔을 위로 치켜드느라 탈출 이후에도 5일 동안 팔을 못 움직였다. 쇠 파이프로 문에 구멍을 내려다 손바닥은 살점이 패일 정도의 찰과상을 입고 깨진 유리 조각이 발에 박히기도 했다. 화장실 문짝과 천장 등 부서진 집기는 집주인이 전부 수리해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