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펜션 등 100여채 타버렸다
80대 사망·16명 부상 인명 피해
펜션·호텔 등 투숙객, 학생 대피
오후 들어 단비 내려 주불 진화
영동지방에 강풍과 건조 경보가 동시에 발효된 11일 강원 강릉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야산에서 시작된 불은 초속 최대 30m의 ‘태풍급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 민가까지 번져 축구장 면적 530배에 달하는 지역과 건물 100여채를 태웠고 사상자도 17명 나왔다. 오전까지만 해도 강풍 탓에 헬기를 띄우지 못해 진화 작업에 애를 먹었지만 오후 들어 바람이 잦아든 데다 때맞춰 소나기까지 내리면서 ‘역대급 피해’를 남기진 않았다. 주불이 8시간여만에 진화됐다. 강원도는 산불 피해지역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할 방침이다.

산림청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2분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불이 강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졌다. 당국은 애초 8000ℓ급 초대형 진화 헬기를 비롯, 헬기 10대를 투입했으나 순간풍속이 초속 30m에 달하는 등 바람이 워낙 강해 진화작업에 동원하지 못했다. 봄철 ‘양간지풍’(양양과 고성 간성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이 원인으로 꼽혔다. 초속 20m 이상 강풍이 불면 헬기가 뜰 수 없다.
오후 들어 초속 12m 정도로 강풍이 한풀 꺾이자 초대형 헬기 1대, 대형 헬기 2대가 투입됐다. 여기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거센 소나기가 내렸다. 지형 특성도 예상했던 것보다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발화지점인 난곡동 야산 동쪽에는 동해가 있다. 남쪽은 경포호다. 남서풍이 부는 상황에서 불길이 갈 곳을 잃은 셈이다. 당국은 산불 발생 8시간8분만인 오후 4시30분 “주불이 잡혔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오후 7시 현재까지 축구장 면적(0.714㏊) 530배에 이르는 379㏊의 산림이 소실되고 주택·펜션 등 건물과 차량, 문화재 등 101개소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도 나왔다. 안현동의 한 주택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 1명이 대피 중 2도 화상을, 진화대원 2명도 가슴에 2도 화상을 입는 등 16명이 다쳤다. 대피 인원은 557명으로 집계됐다. 인근 리조트, 호텔 등 투숙객 708명도 피신했다.
불은 야산에서 소나무가 강풍에 부러지면서 전깃줄을 건드려 불씨가 튀면서 난 것으로 추정된다. 산림청은 산불 발생 직후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관계자를 현장으로 급파, 발화 추정지점을 보존하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1차 조사에선 현장에 단락된 전선과 발화지점이 일치하는 점, 지역 주민들도 비슷한 시간에 정전이 일어났다고 하는 점 등을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소방청은 이날 오전 5개 이상 시군구 자원을 동원하는 최고 대응 수위의 소방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올해 들어 처음이다. 전국 소방동원령 2호도 발령했다. 2호는 타지역 소방인력 250명 이상 500명 미만, 소방차 등 장비 100대 이상 200대 미만을 동원한다.

도는 중앙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할 방침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마지막까지 불을 다 진압하고, 재산 피해를 더 확실하게 조사해서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릉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성동 국회의원은 “재난지역 선포와 관련해 아침에 행정안전부 관계자와 통화했고, 피해 규모로 봐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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