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로그인서 답례품 선택까지 11단계… 속 터지는 ‘고향사랑 e음’ [지방기획]

, 세계뉴스룸

입력 : 2023-04-12 06:00:00 수정 : 2023-04-12 02:59:32

인쇄 메일 url 공유 - +

고향사랑 기부제 100일… 불만 폭발
행정관리에 초점… 결제단계 많고 불편
제대로 기부 됐는지 확인도 쉽지 않고
답례품 배송 알려주는 문자조차 없어

시스템 유지보수비 243개 지자체 분담
업그레이드 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아
소규모 지자체 매년 추가 비용에 난감

시행초기 유명인사 참여 ‘컨벤션효과’
취지 못살리고 3개월 지나면서 ‘시들’
민간에 빗장 풀고 플랫폼 다양화 필요

“민간 플랫폼은 없나요?”

전국 지방자치단체 고향사랑기부제 담당자들이 자주 받는 질문이다. 기부자들은 행정안전부가 구축한 플랫폼(종합정보시스템) ‘고향사랑e음’이 결제 단계가 많고 프로세스가 복잡해 이용에 불편하다고 하소연한다. 간편하고 손쉬운 민간 플랫폼에 익숙한 기부자들은 정부의 유일한 기부 통로인 고향사랑e음 하나만으로는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에 사는 김모(63)씨는 최근 고향인 전남 영광에 기부금을 내려다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김씨는 로그인에서 답례품 선택하기까지 무려 11단계를 거쳐 기부를 마쳤다.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답례품의 배송 상황을 알려주는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 고향사랑e음에는 답례품과 배송을 안내하는 문자서비스 기능이 없다. 때문에 기부자들은 김씨처럼 답례품 배송 과정을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의 고향사랑기부제가 올 1월부터 시행돼 10일, 100일을 맞았지만 순조로운 정착을 하지 못하고 기부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달빛동맹’을 맺은 강기정 광주시장(오른쪽)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2월 28일 대구시청에서 서로 고향사랑 기부금을 낸 후 고향사랑기부제의 확산을 다짐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1월 2일 전북 부안군 출향민인 이정권씨가 고향사랑기부제 최고 한도액인 500만원을 기부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광주시·부안군 제공

◆정부 플랫폼 한계… 민간 플랫폼 활용 필요

11일 행안부와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지자체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6월 고향사랑기부제의 기부금 모금과 접수, 세액공제, 답례품 제공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합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고향사랑기부금 용역시스템을 발주했다.

경쟁 입찰을 거쳐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시스템의 위탁관리자로 선정됐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70억원을 들여 고향사랑기부제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 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 고향사랑기부제의 플랫폼은 행안부가 구축한 고향사랑e음이 유일하다. 고향사랑기부는 오직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행안부가 민간 플랫폼 사용을 허용하지 않아서다. 일본의 경우 고향사랑기부제의 민간 플랫폼이 40여개에 달한다.

고향사랑e음이 기부자가 아닌 행정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기부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고향사랑e음 고객센터에는 불만과 항의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기부 절차가 복잡하고 답례품 배송 정보가 부족하다는 게 대부분이다. 한 기부자는 “주문한 지 7일이 돼가는데 배송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다”며 “답례품을 주는 회사의 연락처와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다”고 했다. 이 기부자는 결국 “취소하고 싶다. 취소 방법을 알려달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기부자는 기부를 했는데 결제창이 뜨지 않아 기부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을 못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팝업창에 들어가 해제하라는 관리자의 안내문을 읽고 따라해봤지만 좀처럼 결제창이 열리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기부금을 받는 지자체들도 불만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행안부가 고향사랑e음을 구축하면서 들어간 비용을 전국 243개 지자체에 균등하게 부담시켰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인구와 경제규모, 세수가 다른데도 일괄적으로 2890만원을 분담하도록 한 것이다. 인구 3만명도 되지 않는 전남 구례군은 이보다 10배가 넘는 인구 50만명의 서울 강남구와 구축 비용을 똑같이 부담했다.

인구가 적은 지자체는 이용자가 적은데도 똑같이 부담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남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구가 적어 이용자가 수가 별로 되지 않은데도 대도시와 같은 비용을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인구와 세수 등을 따져 분담금을 재산정해야 된다”고 했다.

지자체의 불만은 시스템 구축비용뿐 아니다. 매년 내는 시스템 유지 보수비(20억원)도 243개 지자체가 800만원씩 동일하게 분담하고 있다. 향후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유지 보수 비용 등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기부자들이 연말에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접속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시스템 마비가 우려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시스템 업그레이드 예산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이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처지다. 전북지역 한 지자체 담당자는 “재정이 열악해 시스템 분담 비용이 적지 않은 예산”이라며 “매년 늘어나는 유지비와 추가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지자체 맞춤형 기부… 해외동포·법인 허용을

시스템 구축비용이 과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은 2020년 기부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비용으로 5억9200만원이 들었다. 이 시스템과 비슷한 고향사랑기부제 구축에는 이보다 10배가 많은 51억4700만원을 썼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 관계자는 “기부통합시스템은 여러 정보를 모아놓은 홈페이지 수준이지만 고향사랑시스템은 장고를 고도화한 전자상거래 수준으로 근본적으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자체가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방법인 ‘지정기부’가 되지 않아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활성화와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정기부를 희망하고 있다. 지정기부는 지자체가 모금의 목적을 정하고 모금액은 다른 데 사용하지 않고 그 정해진 곳에만 쓰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고향사랑기부금으로 내면 지자체가 연말에 필요한 데 사용하는 일반기부만 가능하다. 지자체는 지정기부를 해야 참여자와 기부금이 늘어나는데, 현재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인과 해외동포는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교적 큰 손인 법인도 고향사랑 기부가 불가능하다. 행안부가 지자체 간 기부금 유치 경쟁을 우려해 이 같은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런 행안부의 제약으로 고향사랑 기부제는 답보 상태다. 시행 초기에는 지역 유명인과 출향인사들이 기부에 나서면서 ‘컨벤션효과’를 봤지만 3개월이 지나면서 다시 수그러들고 있는 추세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공공 플랫폼 1개만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끌고 간다면 곧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민간이 참여해 경쟁력 있는 답례품 선정과 지자체 특성에 맞는 지정기부를 허용할 때 기부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보다 큰 기부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사정을 감안해 내년부터 유지보수비는 차등분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부자들의 요구에 맞게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편해 나가겠다”고 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박주현 '깜찍한 손하트'
  • 있지 예지 '매력적인 미소'
  • 예쁜하트와 미소, 박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