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소통형 리더십으로 ‘MZ 품기’ 활발
높아지는 MZ 조기 퇴사…“특성 이해해야”
MZ 공무원 조기 퇴직 10년 새 7배 늘어
중기부, 장관·직원 토론회 ‘장·쫌·만’ 확대
“무례한 질문이지만 혹시 회장님도 요거트 뚜껑 핥아 드시나요?”
“네 그렇습니다.”(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지난 2021년 미국 출장 중이던 최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당시 최 회장은 잠에서 막 깨어나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진, 장을 보러 가는 사진 등 일상 모습을 연이어 올리며 화제가 됐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가까워지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평 호칭’의 범위를 경영진과 임원까지 확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사내에서 ‘회장님’이 아닌 JY, 재용님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이후 국내외 사업장을 연이어 방문하는 현장 방문을 통해 MZ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등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재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회장님’들의 이같은 노력는 ‘MZ 끌어안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리더십 유형이 ‘소통형’이라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MZ세대 8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공개한 ‘기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7명 이상(77.9%)이 가장 선호하는 경영진은 직원과 함께 고민하고 개방적 의사소통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소통형’이라고 답했다.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카리스마형’은 13.9%, 업무 처리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위임형’은 8.2%에 그쳤다.

조사에선 최근 경영자들이 SNS 등을 통해 청년 세대와 적극 소통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10명 중 7명(70.2%)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이 ‘MZ세대 품기’에 나선 배경엔 미래 주역인 MZ세대의 조기 퇴사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1124곳을 대상으로 ‘1년 이내 조기 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년 조사 대비 10.1%포인트 증가한 84.7%가 조기 퇴사 직원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기업의 10곳 중 7곳(68.7%)은 MZ세대의 조기 퇴사가 이전 세대보다 ‘많다’고 답했다. 이 역시 전년 대비 19.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조직의 발전보다 개인의 만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날 전경련의 ‘기업 인식 조사’에서도 MZ세대 10명 중 3명 이상(36.6%)은 기업 취직 때 ‘워라밸’(일과 생활 균형)을 가장 중시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초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에선 MZ세대 응답자 46.7%는 추가 근로시간에 대한 보상이 있어도 희망 근로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직장에는 취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MZ의 조기 퇴사는 공직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옥재근 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시내 25개 구청에서 퇴직한 ‘임용 5년차 이하’ 공무원은 최근 10년 새 7배 수준으로 늘었다. 2013년 39명이었던 저연차 공무원 퇴직자는 2017년 131명, 2021년 211명을 거쳐 지난해 281명에 달했다.
이에 공직사회에서도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조화를 위해 조직 내 소통을 대폭 강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날 발표한 ‘공직문화 혁신을 위한 3대 실행방안’에는 ‘즐겁고 활기찬 소통문화 조성’이 포함됐다.
중기부는 이영 장관 취임 뒤 진행해온 ‘장·쫌·만’ 행사를 확대 개최할 계획이다. 장·쫌·만은 ‘장관님 쫌 만납시다’의 줄임말로, 장관과 실무직원들이 시기별 특정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토론회다.
중기부는 또 신규직원에게 환영카드, 공무원증 케이스 등이 든 ‘환영 선물 꾸러미’와 ‘중기부 사용 설명서’를 제공해 신속한 공직 적응을 돕고, 직장 동호회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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