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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해”… ‘음악계 우영우’와 감동의 하모니

입력 : 2023-04-09 21:09:00 수정 : 2023-04-09 21: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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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 츠베덴 ‘선물 같은 공연’

츠베덴 감독, 사회약자 위한 공연 약속
발달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협연
장애인 관객 200여명 등 2800석 꽉 차
초심자들도 고려해 선곡까지 신경 써
“매년 같은 느낌의 공연할 것” 제안도

지난 7일 저녁,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 클래식 음악 전용 콘서트홀도 아닌 약 2800석 규모 공연장의 좌석은 비좁아 불편했고 음향 시설도 많이 부족했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클래식 애호가든 아니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상관없이 남녀노소 관객 모두가 아름다운 선율과 감동이 넘쳐나는 무대에 귀를 기울였고 눈을 떼지 못했다. 어떤 클래식 콘서트홀에서도 마주하기 어려운 광경으로, 누구든 한마음이 되게 하는 음악의 힘을 느낀 ‘아주 특별한 콘서트’였다.

약 2800석 규모의 이화여대 대강당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이번 콘서트는 내년 서울시향 음악감독에 취임하는 얍 판 츠베덴(야프 판즈베던·63)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이 밝혔던 비전을 위한 첫걸음이다. 평소 오케스트라의 예술적 완성도 못지않게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츠베덴 감독은 지난 1월 방한 당시 서울시향은 시민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음악은 영혼의 음식이며, 사회 약자들에게도 영혼의 풍요가 닿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4월에 다시 한국에 올 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그는 약속대로 서울시향과 이번 무대를 마련했고, 보수도 안 받은 채 지휘봉을 잡았다. 세계적 지휘 거장의 선물 같았던 공연은 여러모로 특별하고 따뜻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티켓 가격은 전석 1만원(수익금은 전액 기부)으로 한 데다 ‘음악계의 우영우’로 불리기도 하는 발달 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19·화성나래학교)군이 협연자로 나섰다. 일찌감치 매진된 객석에는 장애인 관객 200여명도 함께 앉았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얍 판 츠베덴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과 발달 장애 청소년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가 마주 보며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감동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연주 프로그램은 츠베덴 감독이 클래식 초심자까지 고려해 고심 끝에 선별한 곡으로 짰다. 베토벤(1770~1827) ‘에그몬트 서곡’, 멘델스존(1809~1847)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레스피기(1879~1936) ‘로마의 소나무’, 라벨(1875~1937) ‘볼레로’ 순으로 들려줬다. 이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공민배와 츠베덴 감독, 서울시향의 환상적 하모니가 돋보인 협연 무대였다. 이틀 전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은 제게 전부다. 멋진 연주를 들려드리겠다”고 한 공민배는 정말 그 많은 관객 앞에서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고 연주도 훌륭했다. 츠베덴 감독은 공민배와 눈빛으로 대화하며 연주 템포를 맞췄고, 단원들은 합심해서 음악을 빛내 줬다. 공민배가 마지막 음을 켜고 츠베덴 감독과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공민배가 퇴장한 후 잠시 마이크를 잡은 츠베덴 감독은 “이렇게 많이 와 주시고, 민배 학생 연주에 크게 환호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민배를 지도해준 선생님(서울시향 최해성 단원)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어 “모든 학생에게는 선생님이 필요하고, 특히 조금 더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선생님이 (신경 써서) 도와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선생님이 깊은 곳까지 어루만져줄 때 그 학생은 먼 곳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폐증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민배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도 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가끔 사회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는 기분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민배가 연주하는 걸 보니 (민배가) ‘나는 더 이상 소외된 사람이 아니고 이 사회의 한 부분이 되었다. 나도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기여할 수 있구나. 이렇게 25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도 연주할 수 있구나’라고 (자신감을 얻은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츠베덴 감독은 1997년 모국 네덜란드에서 음악치료와 자활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자폐 아동을 돕는 ‘파파게노 재단’을 아내와 함께 설립해 운영 중이기도 하다.

이후 나머지 두 곡까지 마친 그가 “앞으로도 서울시향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며 “매년 이곳에 와서 같은 느낌의 공연을 하겠다는 제안도 드린다”고 하자 객석에서 갈채가 쏟아졌다. 이에 지휘 거장과 서울시향은 바로 흥겨운 앙코르 곡(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을 들려주며 마지막도 근사하게 장식했다. 서울시향의 미래에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만한, 국공립 예술단체의 역할을 다시 일깨워주는 공연이었다. 공연장을 나서던 민배는 무대에 선 소감을 묻자 “완전 ‘찐’이었다. 앞으로도 서울시향과 같이하고, 해외에서도 함께 공연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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