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기대인플레 3.9%로 집계
유가하락 영향 석 달 만에 하락
국내 채권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지고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한·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보고 선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은행이 결국 경기침체 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인데 정작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말 내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29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249%를 기록해 한은의 기준금리 3.5%를 밑돌았다. 이달 초 3.8% 선을 넘어서 오르던 국고채 금리는 이후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도 잦아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2년물 국고채 금리는 3.341%를 기록해 10년물 국고채 금리 3.280%보다 6.1bp(1bp=0.01%) 높았다. 올해 들어 2년물과 10년물 국고채 금리 간 금리 격차에서 단기금리가 높은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3년물과 10년물 국고채 금리도 지난 2월부터 3월 중순까지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현상이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채권시장에서는 채권 만기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가 높아진다. 장기간 일어날 변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기 채권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장기보다 ‘단기’를 더 위험하게 본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현상을 경기침체 전망 지표로 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각국 중앙은행은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로 대응한다. 시장의 최근 움직임은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이 결국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을 둔다. 중앙은행 수장들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인 셈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도 3월 기자회견에서 “지금 상황은 금리 인하 시기를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앙은행이 선제로 움직였던 사례는 없었다. 과거에도 금리 인상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겨 인하할 수밖에 없던 환경이 있었다”며 “채권시장의 집단 지성은 ‘이번에도 그렇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물가상승률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 수준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개월 만에 하락해 3%대로 재진입했다.

한은이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월(4.0%)보다 0.1%포인트 낮은 3.9%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2월(3.8%) 이후 2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아직도 가공식품·외식비·교통요금 등의 인상 폭이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유가가 하락했고 전반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폭도 둔화했다”며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뉴스도 있어 소폭이지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0으로, 전월(90.2)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물가 상승 폭 둔화 및 마스크 전면 해제 등에 따른 일상 회복 기대감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CCSI는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3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0으로 2월(113)보다 7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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