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촌 치킨이 내달 치킨 일부 품목 가격을 인상하기로 한 가운데, 최근 출시된 신메뉴를 제외한 전 품목 가격이 인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8년간 지켜오던 1위 자리를 bhc치킨에 내준 교촌이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이지만, 2위의 선(先) 가격 인상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내달 3일부터 가격 조정에 나선다. 한 마리 및 부분육을 사용하는 주요 메뉴는 3000원, 이외 메뉴들은 사이즈와 기존 가격대에 따라 500~2500원가량 인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출시된 블랙시크릿시리즈와 방콕점보윙을 제외한 전 품목이 한 마리 기준 3000원씩 인상된다. 먼저 교촌·허니오리지날이 기존 16000원에서 19000원으로, 레드·반반오리지날이 17000원에서 2만원, 레블반반오리지날이 2만원에서 23000원, 리얼후라이드가 17500원에서 2만500원으로 인상된다.
부분육(윙, 스틱, 콤보)과 순살 제품도 마찬가지다. 교촌 윙·스틱·콤보가 기존 19000원에서 22000원으로, 레드 윙·스틱·콤보도 2만원에서 23000원으로 인상된다. 순살 품목에서는 살살후라이드가 기존 17000원에서 2만원으로, 교촌순살이 19000원에서 22000원으로, 리얼 후라이드순살이 19500원에서 22500원, 레드순살이 2만원에서 23000원, 허니순살이 21000원에서 24000원, 레허반반순살이 22000원에서 25000원으로 인상된다.
부분육과 순살 제품은 반 마리 기준으론 각각 2000원, 1500원씩 오른다. 사이드 메뉴 일부도 500원씩 가격이 오른다. 리얼오렌지소스와 블루베리소스 등 소스류 2종도 200원씩 가격이 인상된다.
배달료(3000~5000원)까지 고려하면 소비자가 치킨 1마리를 먹을 때 3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촌 “가맹점 수익 구조 등 비용 부담 누적되면서 불가피”
교촌의 이번 가격 인상 단행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악화가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교촌은 지난해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수년간 지켜오던 치킨업계 1위 자리도 bhc에 내줬다. 교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5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9억원으로 78.2%나 떨어졌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가맹점 수익 구조 등 비용 부담이 누적되면서 불가피하게 가격 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2위의 가격 인상이 이례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통상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2~3위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도미노’ 행렬이 이어지곤 했긴 때문이다. 과거에도 당시 1위였던 교촌치킨이 값을 올리면 이후 수개월 안에 경쟁업체들도 뒤이어 값을 올려온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동종 업계에서 1위 업체가 선두로 가격을 올리면 시간차를 두고 가격 인상이 이어지곤 한다”며 “그간 배달비 도입이나 가격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반발을 산 교촌이 업계 2위로 떨어진 이후에도 먼저 인상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저항을 더 크게 받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업계 1위는 bhc치킨으로, bhc는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 5075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치킨업계 최초로 연 매출 5000억원의 벽을 넘어섰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매출(개별기준) 4989억원에 그쳤다.
bhc의 1위 탈환은 전 치킨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인상해온 와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온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마지막으로 가격을 인상한 bhc의 현재 프라이드치킨 가격은 한 마리 기준 17000원이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의 기본 품목을 비교했을 때 가격 인상 전 기준으로도 bhc가 가장 저렴했다. 현행가 기준 bhc의 후라이드치킨은 17000원, 교촌의 리얼후라이드는 17500원, BBQ의 황금올리브는 2만원이다.
교촌의 가격 인상 이후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도 잇따라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주요 업체 중 현재까지 이런 계획을 밝힌 곳은 없다.
bhc 관계자는 “현재 치킨 주재료인 생계뿐 아니라 모든 재료비가 다 오른 상황이긴 하다. 일단은 지난해부터 본사 측에서 인상된 원자잿값을 상당 부분 감당하고 있다”며 “신메뉴 개발로 가맹점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법 등 여러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노력을 가격에 반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BBQ 측도 가격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까지 논의 중인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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