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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한 근로시간제 개편 논의가 해외에서도 화제다. 워싱턴포스트(WP), CNN방송, 가디언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이를 보도했다. 구글 검색창에서 ‘69 h’까지만 입력해도 ‘69 hour work week korea’(한국 주 69시간 노동)라는 자동 완성 검색어가 맨 위에 뜰 정도이다.

외신 논조는 비슷하다. 안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5번째로 연간 노동시간(1915시간)이 긴 한국이 주 4일제 실험 등 전 세계의 노동시간 단축 움직임과 동떨어진 행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CNN 등 일부는 기사에서 ‘과로사’(death from overwork)를 언급하며 한국어 발음 그대로 gwarosa 혹은 kwarosa라는 표현을 썼다.

유태영 국제부 차장

연간 1791시간(OECD 8위)을 일해 노동시간이 결코 짧은 축이 아닌 미국인에게도 69시간 논란은 놀라운가 보다. WP 기사에는 댓글이 400개 넘게 달렸다.

“기이하고 잔인하군. 가족, 여가, 학습, 사회활동, 운동, 취미를 위한 시간을 남겨주질 않네. 국민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가 분명해.”

“장시간 근무에 지친 노동자는 일을 엉성하게 하기 십상이지. 장기적인 건강 문제는 결국 경제에 손해를 끼칠 텐데.”

“남한의 지배층은 방식만 다를 뿐 북한의 지배층이랑 똑같이 미쳤군.”

간혹 문화적 차이를 감안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체로 이런 반응이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논란이 여전히 억울한 것 같다. 얼마 전 국회에 나와 “주 69시간은 극단적 경우에 가능하다”며 언론 탓을 했다. 그렇다면 대선후보 시절 ‘주 120시간 노동’을 언급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거듭 밝힌 것도 언론의 거짓 선동에 놀아나서인가.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사실 현행 근로기준법하에서도 3개월 탄력근로제를 적용하면 최장 6주간 주 64시간 근무표가 나온다. 그러니까 개편안의 핵심은 단위 기간을 12개월까지 늘리는 데 있다. 그러면 최장 15주까지는 주 69시간씩 일을 몰아서 시킬 수 있게 된다. 사용자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비용을 줄이는 제도다.

극단적 경우라고? 낮은 노조 조직률, 그간의 경험을 통해 노동자들은 그런 극단적 경우를 선택·거부할 권한이 자신이 아닌 사용자나 원청 업체 쪽에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초과근무시간을 저축해 놨다가 쉴 때 확실히 쉬라고? 하루 연차를 쓸 때도 눈치를 봐온 입장에선 꿈 같은 소리다. 더욱이 초과근무 보상으로 시간을 선택하고 수당을 포기할 만큼 여유로운 노동자가 얼마나 될까.

주 69시간은 오전 9시∼오후 10시 하루 10.5시간씩(휴게시간 제외) 주 6일을 일할 때 나올 숫자이다. 하루 쉬는 날도 피곤을 달래느라 이불 속에 파묻혀 있을 게 뻔하다. 연애, 결혼, 출산, 육아를 할 겨를은 언제 낼지 의문이다.

WP 댓글 중 하나가 정곡을 찌른다. “두 명의 노동자가 각각 35시간씩 일하는 것보다 한 명이 70시간 일하는 게 교육·복리후생이 더 싸게 먹혀. 지금 당장 핵심은, 노동력을 더 적게 유지해야 비용이 덜 든다는 거야.”


유태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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