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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호의플랫폼정부] 정부 정책에 실패는 없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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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4 00:04:13 수정 : 2023-03-24 0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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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해법 등 단일 부처 주도 시대착오적
부처간 소통… ‘원팀’ 협업하는 방식 전환해야

오래전 국장급 정부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정책 품질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였다. 강의 도중, 정책은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실패를 최소화하는 정책설계와 관리에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었다. 그런데 평소에 안면이 있는 한 분이 손을 들고 발언하였다. “교수님, 정부가 하는 일에 실패는 없습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저곳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정부가 하는 일에는 과연 실패가 없을까. 아니면 착각일까.

정책은 정부와 국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서 국민에게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는지를 알린다. 국민은 정책 추진의 내용과 결과를 일상에서 경험하며 그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는 정부가 생각하는 정책 성공과 국민이 느끼는 성공적인 정책효과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책 과정에서 그런 틈이 항상 발생한다고 인식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그 크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정책담당자들의 몫이다.

정책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정책 문제의 성격, 적용 대상, 시기, 자원확보, 담당자 역량 등에 따라 유사한 정책이라도 그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정책홍보 역시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불확실하며 복잡한 정책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정책의 실패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단일 부처가 주도하여 나홀로 대응하는 문제 해결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관련 부처와 이해당사자들이 경계를 넘어서 한(One) 팀으로 협업하는 방식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몇 년 전 저출산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정부 회의에 참석했다. 저출산이라는 공통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말 그대로 각 부처의 입장만을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저출산의 원인 분석도 없고 실현이 가능한 정책대안과 바람직한 목표에 대한 공통 논의도 미흡했다. 개별 부처마다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제안만 분분하였다. 과연 그런 사업들이 범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추진되어야 하며, 어느 정도의 목표를 달성해야 바람직한지 등 합리적이며 체계적인 정책설계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2023년 출산율이 0.78밖에 될 수 없는 암울한 현실을 설명해주는 듯하다. 우리나라 정책 실패의 핵심 요인이 부처이기주의라는 학계의 연구 결과가 무겁게 와 닿는 대목이다.

서둘러 정부위원회를 만들고 다수가 참여한다고 협업이 아니다. 참여자들이 정책설계 시작부터 함께 논의하고 구상하며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간과할 수 있는 정책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 부처이기주의를 넘어서는 종합적인 대안, 정부가 아닌 대상 집단의 시각, 예기치 않은 부작용 등 자칫 놓치기 쉬운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이 진행되는 것이다. 중요한 정책일수록 협업하는 것이 느리지만 빠르게 가는 길이다.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 역시 처음부터 그렇게 진행했다면 당사자들의 반응이 조금은 달라졌지 않았을까. 정부 정책은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자. 나(I) 중심 사고가 아니라 우리(We)라는 사고 전환이 정책은 성공한다는 착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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