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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14.5%→ 11.4%… 산업계 '반색' 환경단체 '반발'

입력 : 2023-03-22 06:00:00 수정 : 2023-03-22 08: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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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본계획’ 내용 보니
‘탄소배출량 40% 감축’ NDC 유지하되
부문·연도별 감축량 달성 목표치 조정
감축기술 상용화 지원 ‘혁신펀드’ 조성
전기차 보조금 등 5년간 90조원 투입
탄녹위·국무회의 심의 거쳐 4월 확정

CCUS 기술·국제 감축 불확실성 높아
일각 “정부 계획 현실성 떨어져” 지적

정부 발표에 엇갈린 반응
전경련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마련을”
녹색연합 “규제 아닌 지원책들만 가득”
22일 공청회… 일각 “요식행위 아니냐”

정부가 내놓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의 핵심은 문재인정부의 목표에 비해 산업 부문의 부담을 크게 축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업 부담을 줄인 만큼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확대하고, 다른 나라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참여해 실적을 인정받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아울러 원전 발전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사진=뉴시스

◆윤석열정부 첫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 등이 21일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 정부안은 윤석열정부 들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로드맵이다.

정부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줄어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유지하되, 이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연도별 감축량 목표치를 조정했다. NDC는 국제사회 간 약속인 데다가,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서 후퇴는 불가하기 때문에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 40% 감축’ 목표는 조정 없이 유지했다.

다만 이번 조정안은 문재인정부의 NDC 상향안에서 산업 부문 몫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안에 따르면 산업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억3070만t(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2018년 대비 11.4% 감축하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정부에서 발표된 ‘2018년 대비 14.5% 감축’에 견줘 3.1%포인트 완화된 것이다.

반면 전환 부문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에너지 믹스, 태양광·수소 등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통해 감축 목표를 2018년 44.4%에서 45.9%로 1.5%포인트 상향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원전 발전을 늘릴 계획이다.

탄녹위 관계자는 “원료 수급과 기술 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고려해 목표를 완화했다”며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은 32.4%,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6%로 올린다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산업 부담’ 줄인 만큼 ‘원전 발전’ 늘려

탄녹위는 CCUS 기술을 이용해 1120만t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세웠다. 이는 기존 1030만t보다 90만t 늘어난 수치다. 국제감축 목표치도 기존보다 400만t 늘어난 3750만t으로 잡았다. 산업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조정한 부분을 원전·신재생에너지 활용과 CCUS 신기술 등으로 보충하겠다는 설명이다. 국제감축은 파리협정에 따라 정부 및 기업이 외국의 탄소 배출 감축사업에 투자·지원해 감축 실적을 인정받는 방법이다.

다만 CCUS 기술과 국제감축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CCUS 기술은 미국의 80% 정도 수준이다. 기술을 미국의 90%까지 끌어올린다는 정부 계획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탄소 포집·저장(CCS) 설비가 2021년 기준 세계적으로 65곳뿐으로 연간 포집 및 저장하는 탄소량은 4000만t에 그친다고 설명한다. 국제감축 역시 상대국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며 현재 베트남 1곳만 협정을 체결했다.

세부 방안 발표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기본계획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2018년 대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 방안이 담겼다. 뉴시스

◆기술적 한계 등 의견 수렴해 4월 중 최종안 확정

정부는 연도별 탄소 배출량을 2023년 6억3390만t, 2024년 6억2510만t, 2025년 6억1760만t, 2026년 6억290만t, 2027년 5억8500만t, 2028년 5억6060만t, 2029년 5억2950만t 등으로 설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배출량 감소폭이 커지는 구조로, 특히 2029년과 2030년 사이에는 9290만t을 줄여야 한다.

이번 정부안에는 기업의 탄소 감축 기술 상용화를 지원하고자 기술혁신펀드를 조성하고 관련 보조·융자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한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더 주는 ‘배출효율기준’(BM) 할당은 전체 배출권의 75% 이상으로 확대된다.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과 이동수단 친환경화, 스마트팜 확산, 폐기물 자원효율등급제 도입 등 부문별 저탄소 구조 전환 정책도 추진된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탄소중립 산업 핵심기술 개발, 제로에너지·그린리모델링, 전기차·수소차 차량 보조금 등 분야에 총 89조9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탄녹위는 22일 정부안 대국민 공청회를 열고 국내 산업·학계 전문가와 시민단체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공청회 등에서 의견 수렴으로 보완된 기본계획은 탄녹위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달 중 최종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산업계 “불확실성 완화 다행” 반색 환경단체 “민원 해결 보고서” 반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두고 산업계와 환경단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산업계는 2021년보다 줄어든 탄소 배출 감축 부담을 반기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는 ‘산업계 민원 해결 보고서’라고 반발했다. 22일 공청회를 앞두고 기본계획이 공개된 것을 두고도 ‘형식적 절차’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는 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포함한 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긍정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도전적인 목표치”라며 정부의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은 21일 “탄소 감축을 위한 획기적인 기술개발, 상용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설비투자는 추가 배출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세제혜택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도 “2030년까지 7년밖에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40% 삭감해야 한다”며 “정부가 기술개발과 설비개선 등 전폭적인 지원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하향 조정은)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며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중소기업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목표치 완화는) 중기업계에 의미 있는 조치”라면서도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좌초산업과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세밀한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정부의 탄소중립 기본계획 초안은 산업계 민원 해결 보고서와 다름없다”며 “산업계의 탄소 감축 목표를 기존 14.5%보다 더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11.4%로 낮추고 국외 감축이나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 실제 감축효과가 불분명한 수단을 상쇄 방안으로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측도 “산업계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아닌 지원책들만 가득한 것은 결국 이 기본계획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말해준다”고 말했다.

 

법정기한을 3일 앞두고 진행되는 공청회에 대해서도 ‘요식행위’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는 22일 공청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3월25일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은 법 시행 후 1년 이내 국가전략과 국가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청회 전날 기본계획을 공개하고 법정기한을 3일 앞두고 정부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공청회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책행동 정책위원은 “하루 전날 내용을 발표하고 다음날 공청회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정부가 공청회를 통과의례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다”라고 했다.


김범수·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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