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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한국도 훔쳐본다… K콘텐츠 ‘도둑맞은 영광’

입력 : 2023-03-21 19:52:08 수정 : 2023-03-21 19: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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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 온라인 불법 유통 기승에 업계 비명

더 글로리 등 큰 인기 속 무단 방영 판쳐
방송사·OTT 등 힘 합쳐… ‘누누티비’ 고발
“해외 서버로 단속 피해… 피해액 4.9조원”
사이트 폐쇄해도 우회주소 계속 만들어
넷플릭스 못 보는 中 ‘도둑시청’도 심각
문체부, TF 구성해 근절대책 논의 착수
“드라마가 국내외로 잘나가면 뭐 합니까. 이미 볼 사람들은 온라인 불법 사이트를 통해 다 봤을 건데요. 해외에 콘텐츠를 팔려고 해도 다 본 데다, 시기도 늦어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나 있을지 걱정입니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방송사 관계자의 말이다. “요즘 K드라마가 해외에서 잘나가니 회사(방송사) 사정이 좋아졌냐”는 질문에 이 같은 하소연이 돌아왔다. 학창 시절 폭행당했던 주인공이 성인이 된 뒤 복수하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최근 방영되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팬들의 눈길과 마음을 붙잡고 있다. 한국에서 기획·제작한 K드라마가 해외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K드라마의 불법 유통 증가라는 불편한 소식도 함께 들려온다.


방송가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영상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인 ‘누누티비’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21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설립된 누누티비는 국내 방송사의 드라마·예능을 비롯해 영화, 애니메이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심지어 일본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를 누누티비가 모두 불법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누누티비는 이들을 무료로 유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방송사(MBC·KBS·CJ ENM·JTBC),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 방송·영화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SLL, OTT 플랫폼 콘텐츠웨이브와 티빙, 세계 최대 불법 복제 대응 조직 ACE는 지난달 2일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협의체)를 구성, 영상저작권 침해와 무단 이용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9일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만나 피해 사례 등에 대한 진술 조서를 마쳤다.

중국어로 자막이 붙은 채 불법 유통 중인 넷플릭스 ‘더 글로리’. 해당 사이트에서는 ‘더 글로리’를 비롯해 다양한 K드라마가 불법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협의체 관계자는 “부산경찰청에서 누누티비 내사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직접 부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협의체가 지난달까지 추산한 누누티비 내 콘텐츠 조회수는 18억1200만회 이상. 이를 VOD 대여료인 275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피해액만 4조9000억원이 넘는다. 불법행위에 따른 부가 판권 수익 및 해외 수출 등 손해를 고려한다면 피해는 더욱 커진다.

방송사 등은 최근 계속되는 경영 악화에 이러한 피해까지 입게 되자 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에 적극 나섰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막대한 제작비, 짜임새 있는 대본과 연기파 배우 등을 활용해 콘텐츠를 잘 만들어도 불법 유통으로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업계에 해당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콘텐츠 업계의 절규에도 불법 유통은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누누티비에서 영상물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접속자가 더욱 늘고 있다. 게다가 누누티비도 협의체와 수사 당국을 비웃듯 사이트가 폐쇄되면 다시 접속할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한 관계자는 “남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누누티비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해당 나라의 협조가 필요한데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현 사이트가 막혀도 해외 서버를 이용해 다시 만들면 되고, 이미 사이트 내 광고 등으로 수입을 내고 있는 누누티비로서는 스스로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누티비는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광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수익이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누누티비 홈페이지 모습.

이러한 K드라마 불법 유통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콘텐츠 소비 형태가 TV에서 OTT로 확대돼 K드라마가 해외에 많이 소개되고 이를 보고 싶어하는 해외 팬들이 늘어나면서, 해외에서의 불법 유통 또한 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 중국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2020년 시작된 한한령 여파로 한국 콘텐츠는 중국 내에서 공식 유통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자 중국인들은 불법 사이트를 통해 K드라마를 접하고 있다. 예컨대 ‘더 글로리’의 중국어 버전인 ‘黑暗榮耀’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불법 사이트가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이 떠오른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불법 유통이 이제는 일상이 된 상황이지만, (불법 시청에서) 어떠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더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알면서 모른 체하는 중국 당국과 환구시보 등 중국의 관영 매체에서 자국민의 이러한 ‘도둑 시청’을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와 정상회담 등 공식 행사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누누티비 등의 사이트를 통해 불법 시청하는 우리들도 문제”라며 “우리 문화를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누누티비를 비롯한 불법 사이트 문제는 문체부 내에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 문제를 어떻게 정교하게 대응하고 개선할 것인지 의논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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