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최장 69시간’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미국 CNN 방송이 별도의 기사로 소개하며 국내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CNN은 19일(현지시간) “근로자의 정신건강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추세가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최소한 한 국가는 이 추세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매체는 “한국 정부는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기업의 압력에 따라 노동 시간을 증가시키려 했다”며 “노동시간을 높이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인해 한국이 직면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겨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근로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건 상황을 악화시킬 뿐 이라고 주장하는 비평가들의 비난을 받았다”며 “전문가들은 인구통계적 문제의 원인으로 국가의 일 강요 문화, 젊은 세대의 환멸 증가를 예로 들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 경제 강국인 한국의 노동자들이 “이미 세계에서 가장 긴 수준의 노동 시간에 직면해 있으며 과로사(gwarosa)로 인해 매년 수십명씩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2018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후에도 한국에는 과로사가 고질적 문제로 남아 있음을 짚었다.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이 세계에서 손꼽는 부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 원동력 중 하나가 ‘장시간 노동’이지만, 근로시간 상한 확대를 반대하는 이들은 그 이면에 심장마비와 산업재해, 졸음운전 등으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있다고 비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라 2021년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1천915시간)이 OECD 평균(1천716시간)과 미국 평균(1천767시간)을 훨씬 상회하며, 이미 전 세계에서 네 번 째로 긴 수준임을 상기했다.
매체는 시민의 목소리도 전달했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정준식(25)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제안은 전혀 말이 안 된다. 노동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면서 “내 아버지도 매주 과도하게 일하는 탓에 일과 삶의 경계가 없다”고 성토했다.
서울 지역 페미니즘 단체 ‘해일(Haeil)’의 심해인 대변인은 고용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이번 노동법 개정안에서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가 엿보인다면서 “한국은 높은 과로사 비율뿐 아니라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국가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반발에 직면한 한국 정부가 “주당 근로 시간 상한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려던 계획을 이번주 재고하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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