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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달라고 울던 무명(無名) 아기 죽음, 묻힐 뻔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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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9 10:59:38 수정 : 2023-03-19 10: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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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76일 된 이름도 없던 아기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1년 만에 친모가 구속되면서 묻힐 뻔했던 진실이 드러나게 됐다.

 

뒤늦게 친모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더해지면서 아동학대 혐의만 적용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도 더해지고 있다.

 

19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 발생했다.

 

지난해 1월 20대 친모 A씨는 경남의 한 병원에서 여아를 출산했다.

 

당시 미혼모였기에 아기의 출생신고도 할 수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아기는 죽기 직전까지 불러줄 이름도 없었다.

 

두 달 여 뒤인 지난해 3월27일 오전 9시20분쯤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A씨가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이 발견한 당시 이미 아기는 심정지 상태였고, 병원에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생후 76일째 되던 날이었다.

 

구급대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아기는 “거의 뼈밖에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숨진 당시 아기의 몸무게는 같은 개월 수의 정상 여아 몸무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2.5㎏ 정도였다.

 

출생 당시 2.7㎏ 보다 오히려 줄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이 아기의 사망원인을 ‘영양결핍’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죽기 2주 전부터는 이 아기가 먹던 분유량이 보통 아기가 먹는 양의 절반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아기가 죽기 전 먹은 분유를 토하는 등 이상 신호가 있었던 게 확인됐다.

 

그럼에도 A씨는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병원 치료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인정했다.

 

다만 “아기를 혼자 두지 않았다”, “양육 경험이 부족해 사망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10월 말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혐의로 A씨를 검찰에 넘겼다.

 

A씨가 아기에게 물리적 폭행을 가한 흔적이 없던 점, 아기가 사망에 이를 정도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한 점 등을 근거로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경찰의 이런 판단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뒤집혔다.

 

검찰은 “아기가 밤에 혼자 울고 있더라”는 참고인 진술을 의심해, 지난해 11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자칫 묻힐 뻔했던 생후 76일 아기의 아사 사건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에 경찰은 “아기를 혼자 두지 않았다”는 A씨 진술과 배치되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하게 됐다.

 

경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A씨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앞선 수사 때는 하지 않았던 조처였다.

 

확인 결과 A씨는 1주일에 3~4번씩, 한번에 4~6시간 정도 집을 비웠던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자주, 장시간 아기를 방치한 것으로 보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출석을 요구했는데, A씨가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붙잡았다.

 

체포 이틀 뒤 A씨는 아동학대에 이어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추가되면서 구속됐다.

 

A씨는 뒤늦게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도 실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이와 유사한 사례의 다른 사건에서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 영장이 기각된 적이 있었고, 아동학대치사 고의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유기방임 혐의만 송치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범행 당시 물리적으로 떨어져 살고는 있었지만 아기 아빠 역시 아기 엄마 혼자 양육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아기 아빠는 이 사건에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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