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은 없다"… 소속 정당마저 외면하나
정직 등 중징계 받으면 의원직 사퇴 압박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완성시킨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정계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그의 직권남용과 거짓말 등 의혹을 조사해 온 하원 특권위원회가 최종 평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보수당은 존슨 전 총리의 징계안이 표결이 부쳐지는 경우 소속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징계 수위에 따라 그는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하원 특권위원회는 오는 22일 존슨 전 총리를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연다. 최장 5시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번 청문회는 텔레비전으로 중계된다. 위원회는 그간 수집한 각종 증거를 토대로 존슨 전 총리가 직권남용을 저질렀는지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존슨 전 총리를 상대로 제기된 가장 중대한 혐의는 역시 ‘파티게이트’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12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총리질 직원들과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궁지에 몰렸다.
당시는 영국 정부가 일반 국민들에게 봉쇄에 가까운 엄격한 방역수칙 준수를 요구하던 때였다. 국민들은 사적 모임 금지 등 고통을 견디는 동안 총리 등 정부 관리들은 되레 희희낙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경찰은 존슨 전 총리에게 방역수칙 위반 혐의로 벌금을 부과했으나 각종 여론조사에선 “총리를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파티게이트의 여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또다른 악재가 터졌다. 존슨 전 총리는 지난해 측근인 크리스 핀처 의원을 보수당 원내부대표에 기용했다. 그런데 핀처 의원의 과거 성추행 전력이 드러났는데도 존슨 전 총리는 “나는 몰랐던 일”이라며 계속 옹호하는 태도를 취했다. 결과적으로 존슨 전 총리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확인되며 또 한번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여기에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이 연달아 패배하며 당내에서조차 ‘더는 존슨 총리로는 안 되겠다’라는 위기감이 불거졌다. 내각의 장관들이 줄사퇴하며 압박을 이어가자 존슨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내각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리즈 트러스 의원이 새 총리로 뽑힌 지난해 9월 그는 총리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BBC에 따르면 아직 하원 특권위원회의 평결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위원 다수는 ‘존슨 전 총리가 직권남용을 저질렀고 각종 거짓말로 의회를 속였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고 한다. 징계안이 하원에 회부돼 표결에 부쳐지는 경우 보수당은 따로 당론을 정하지 않고 소속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당 의원 일부의 찬성에 노동당 등 야권까지 가세하면 존슨 전 총리에게 정직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BBC는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존슨 전 총리는 의원직을 그만두라는 압박에 처할 수 있다.
존슨 전 총리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의 대변인은 “특권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원들을 충분히 설득해 정당한 결과가 도출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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