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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 당타이선
콩쿠르 우승자 등 수많은 제자 배출
특정 방법 고집않고 각자 개성 존중
재능 꽃피우게 도와주는 게 비법

드라마 ‘일타스캔들’이 최근 종영했다. 반찬 가게 사장으로 나오는 남행선(전도연 분)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의 이야기다. 일타강사라는 단어는 이미 널리 쓰는 단어지만, 드라마 덕분에 일타강사라는 직업은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일타강사는 ‘1등 스타강사’의 줄임말로, 강의 개설과 동시에 가장 먼저 수강신청이 마감되는 강사를 가리킨다. 가장 인기 있는 강사라는 뜻이다.

사실 일타강사라는 사람들은 입시뿐 아니라 어디에든 있었다. 심지어 쇼팽 콩쿠르에도 바로 이 일타강사가 있다. 우선 쇼팽 콩쿠르부터 설명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노 콩쿠르다. 화제성이나 역사성을 따져도 이보다 더 권위 있는 콩쿠르를 찾기 힘들며, 대회 우승자들은 지금까지도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다. 대회 내내 쇼팽의 작품으로만 경연한다는 것이 특별하며, 월드컵이나 올림픽보다도 주기가 긴 5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한국의 경우, 쇼팽 콩쿠르 우승자는 병역 특례가 있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이처럼 예술을 두고 경쟁을 하는 콩쿠르에도 소문난 일타강사가 있다. 바로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당타이선(65)이다. 쇼팽 콩쿠르 일타강사 당타이선의 최근 업적을 살펴보자. 우선 그는 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브루스 리우의 선생님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어서 추앙받아 마땅하나 이것뿐이 아니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2015년 대회에선 3, 4, 5위가 모두 당타이선의 제자들이었다. 콩쿠르 초반에 탈락한 연주자들까지 합치면 이 대회에서 당타이선을 거쳐 간 연주자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쇼팽 콩쿠르 일타강사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학생들은 줄을 서고 있다.

또 놀라운 것은 당타이선은 거의 모든 쇼팽 콩쿠르마다 심사위원까지 맡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가장 높은 곳에서 쇼팽 콩쿠르의 심사를 총괄하는 콩쿠르 위원장까지도 맡는다. 그러니까 당타이선은 쇼팽 콩쿠르의 일타강사이자, 동시에 쇼팽 콩쿠르 우승자를 가려내는 출제위원이기도 하다. (물론 본인 제자들에 대해선 직접 채점하지 못한다.)

일타강사 당타이선은 대체 어떤 인물인가? 어떻게 일타강사가 되었는가? 일단 당타이선은 스물두 살이던 1980년 아시아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제10회)에서 우승한 역사적 인물이다. 게다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그의 배경은 더욱 주목받았다. 전쟁의 폐허 속 음악 불모지였던 베트남에서 온 청년은 처음으로 도전한 콩쿠르에서 기적을 써내려간 것이다. 포화를 피해 깊숙한 산속 시골 마을로 몸을 숨긴 어릴 적 당타이선이 연주할 피아노가 없어 나무 판자에 건반을 그려 연습을 이어갔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일타강사의 강의 비법은 뭘까? 일타강사는 대체 어떤 족집게 같은 수업을 하길래 제자들이 쇼팽 콩쿠르에서 줄줄이 좋은 결과를 얻을까? 이렇게 이름난 일타강사라면 분명 특정 연주 방법이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허무하게도 그런 것들은 없다. 사실 아무도 쇼팽의 음악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쇼팽의 연주를 들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 연주를 추측할 만한 근거 자체도 미약하다.

단지 이 일타강사는 제자들의 재능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각자의 개성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잘 자라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다. 특정 방법을 고집한다거나, 연주법을 고쳐주는 게 아니라, 제자들의 음악적 배경을 존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타이선의 제자 중에 어느 하나 개성이 같은 제자들이 없다. 당타이선 역시 베트남에서 겪었던 자신의 어려운 상황이 보다 특별한 예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것이 쇼팽 콩쿠르 일타강사가 전하는 비법이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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