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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짜리’ 티라노 화석, 유럽서 첫 경매…과학자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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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5 18:38:41 수정 : 2023-03-15 18: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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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 전문가들 “높은 가격에 공룡뼈 화석 매입할 박물관 없어”
과학자들 “화석들, 줄줄이 갑부들 ‘개인소장고’ 行…연구는 어떡해”
가장 완벽하게 발굴된 티라노사우르스 화석 중 하나로 꼽히는 ‘스탠’. 1987년 미국 사우스다코다주에서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스탠 새크리즌에 의해 발굴됐다. AP=연합뉴스

 

100억원짜리로 추정되는 티라노사우르스 렉스(T-렉스) 화석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경매에 나와 과학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처럼 상태가 좋은 공룡 화석들이 경매에 나와 줄줄이 개인 소장고로 들어가 버리면 관련 연구를 계속할 수 없게 될까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위스 경매회사 콜러는 다음 달 취리히에서 약 11m 크기의 T-렉스 화석에 대한 경매를 진행한다. 

 

해당 화석은 2008∼2013년에 미국 몬태나주와 와이오밍주 등에서 발견된 것으로, 과거 약 6600만 년 전에 살던 3마리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을 조합한 것이다. 

 

콜러는 이를 ‘삼위일체 유골’이라고 부르며 “알려진 표본 가운데 가장 상태가 좋은 것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가장 완벽하게 발굴된 티라노사우르스 화석 중 하나로 꼽히는 ‘스탠’. 1987년 미국 사우스다코다주에서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스탠 새크리즌에 의해 발굴됐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크리스티 제공

 

콜러는 현소유주의 신원을 알리지 않고, 단지 개인 소장품이라고만 밝혔다. 

 

해당 화석의 낙찰가는 450만 파운드(약 71억원)에서 720만 파운드(약 114억원) 사이로 예상된다. 

 

문제는 상태가 좋은 T-렉스의 화석이 전 세계를 다 합쳐도 많지 않다는 점이다. 박물관은 이런 높은 가격에 공룡뼈 화석을 매입할 수 없을 것으로 고생물학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경매를 신호탄으로 과학적으로는 값을 매길 수도 없는 화석들이 줄줄이 경매를 통해 갑부들의 개인 소장고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이 나온다. 

 

이럴 경우 전문가들이 연구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화석이 갈수록 줄어들게 된다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11월30일 크리스티 홍콩이 경매에 내놨다가 취소된 ‘티라노사우르스 셴(神)’ 골격 화석. 이 화석은 미국 몬태나주 ‘헬 크릭 지층’에서 2020년 발굴된 것으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경매에 올랐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크리스티 홍콩 제공. 뉴시스

 

미국 위스콘신주의 카르타고대에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을 연구하는 토마스 카 교수에 따르면 학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박물관 소장 공룡 표본은 전 세계에 59개뿐이지만, 개인 소장품은 74개나 된다. 

 

카 교수는 “이번 경매는 어린 학생부터 과학자에 이르기까지 자연사에 관심을 갖는 모든 이들에게는 엄청난 손실을 가져다줄 추잡하고 지저분한 일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남북전쟁 직후 JP 모건과 존 록펠러 등 미국 갑부들이 화석을 사들이던 19세기 황금기부터 부자들이 공룡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실제로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과거 T-렉스 화석 경매에 응찰한 적이 있다. 또 지난 2007년 미국 베벌리힐스 경매에서는 또 다른 할리우드 스타 니콜라스 케이지가 디카프리오를 제치고 ‘타르보사우루스 바타아르 유골’을 낙찰받기도 했다. 타르보사우루스 바타아르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친척뻘 되는 공룡이다. 

 

카 교수는 “모든 공룡 뼈에는 과학적으로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며 “이번 ‘트리니티’ 경매는 티라노사우루스 3마리의 뼈라는 점에서 이들 표본이 개인 소유로 넘어가는 것은 심각하고 측정할 수 없는 실질적인 과학적 손실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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