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전에 도착했어요. 요즘 국밥 한 그릇에 커피 한 잔만 마셔도 1만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한 끼 1000원이면 무조건 일찍 와야죠.”
14일 오전 7시50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 앞엔 50명 이상의 긴 줄이 늘어섰다. 단돈 1000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는 소식에 판매 시작 시간인 8시가 되기 전부터 발 빠르게 모인 이 학교 학생들이었다.
새 학기의 설렘도 잠시 고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학생들을 위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이 대학교들과 함께 ‘1000원의 아침밥’을 제공하자 학생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기존 학생식당에서 판매하는 아침 식사 가격 4000원에 비해서도 훨씬 저렴해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날 8시 정각에 가까워질수록 인원은 더 빠르게 늘어갔다. 멀리서 긴 줄을 보고서는 과잠(학과 점퍼)을 대충 걸친 채 졸린 눈을 비비면서 뛰어오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평소 아침 시각에는 한산했던 교내 식당이 이날은 저렴한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날 메뉴는 따뜻한 사골된장국과 계란프라이, 콩나물무침. 모여든 학생들 덕에 전날엔 100인분의 학식이 30분 만에 동난 데 이어 이날은 20분 만에 동이 났다.
행정학과 정의철(23)씨는 “어제도 일찍 나와 줄을 섰고 오늘도 1등으로 왔다”며 “새 학기 들어 이것저것 돈 나갈 일이 많은데 좋은 이벤트인 것 같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매일 참여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기숙사에서 과제를 하다 아침 일찍 왔다는 김은선(22)씨는 “1000원이라길래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와봤는데 생각보다 맛있고 든든했다”며 “하루를 일찍 시작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이번 행사는 매일 오전 8시~9시30분 하루에 100인분씩 총 1만2600인분을 소진 시까지 제공할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오랜만의 대면 수업이지만, 고물가 속에서 외부 활동이 잦아진 대학생들을 위해 식비 부담을 줄이는 한편 건강한 아침밥으로 결식률을 줄이자는 취지다.
경희대는 정부가 1000원, 대학본부가 1500원, 생활협동조합이 500원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아침식사 가격을 4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췄다. 학교 측은 행사 첫날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끈 1000원의 아침밥 제공 인원을 더 늘릴 계획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원래 아침식사 인원이 50명도 안됐고, 코로나 시기 때는 거의 없는 정도였다”며 “1000원의 아침밥에 학생들이 높은 참여율을 보여 다음 주부터는 150~200명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경희대뿐 아니라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등도 농정원의 1000원의 아침밥 사업에 동참한다. 고려대는 오는 20일부터 1000원 학식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며 부산외대는 사업 기간을 6월까지로 줄이는 대신 무료로 조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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