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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K콘텐츠 인력·인프라 뒷받침돼야 세계시장 장악력 커져”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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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4 17:26:27 수정 : 2023-03-14 17: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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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수출액 3년 새 32%나 증가
1억弗 늘 때마다 소비재 수출 1.8배↑
생산 유발 효과도 5억1000만弗 추산

국내 업계 90% 이상 중소·영세 업체
예산 늘어야 경쟁력 확보 지원 가능
해외진출 ‘원스톱 지원 거점’도 확충

정부는 지난달 한류(K) 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 2027년 K콘텐츠 수출 규모 250억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4대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 규모가 늘어나고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국부 창출을 위한 K콘텐츠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했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 지난 8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K콘텐츠의 현주소와 함께 세계적 위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제문 기자

영화와 드라마 같은 방송·영상, 음악, 문학, 애니메이션·웹툰, 게임, 뷰티, 패션 등 K콘텐츠의 세계 시장 경쟁력 제고 및 확대, 콘텐츠 기업 성장 기반 조성 업무 등을 맡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책임이 막중한 셈이다. 콘진원은 콘텐츠 창작자 등 전문 인력 양성, 방송제작·음악창작 시설 등 인프라 지원, 장르별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지원, 정책 금융·연구 지원 사업 등을 담당한다.

당연히 콘진원을 이끄는 조현래 원장도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뒤 2021년 9월 취임한 조 원장은 무엇보다 현장 목소리를 중시한다. 콘진원이 K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해서다. 국내 콘텐츠 업계의 90% 이상이 직원 10명 미만의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중소·영세 업체인 것과 무관치 않다. 다만 콘진원의 현재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다. 콘텐츠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지원 인력과 인프라, 예산이 못 따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국내에서 우리 기업끼리 싸우는 거라면 이대로 둬도 되지만 대한민국 자체가 큰 콘텐츠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싸우려면 국내 콘텐츠산업 전체 기반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양질의 콘텐츠 인력 양성과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 만큼 관련 예산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산업은 크게 기획, 투자, 제작, 마케팅, 유통 5단계로 이뤄지는데 단계마다 전문 인력과 인프라(하드·소프트웨어), 예산이 제대로 갖춰져야 K콘텐츠의 세계 시장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조 원장을 만나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K콘텐츠 인기 요인과 경쟁력이 궁금하다.

“우선 드라마, 음악, 웹툰, 영화 등 국내 콘텐츠 장르 내 치열한 경쟁으로 높은 완성도와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본다.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온라인 플랫폼에 서비스한 것도 주효했다. K콘텐츠의 경쟁력은 이미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등의 성공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한국적인 게임과 이야기가 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메시지와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K콘텐츠의 파급력과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2019년 126조7000억원에서 지난해(예측) 144조4000억원으로, 수출액은 같은 기간 102억5000만달러(약 13조3500억원)에서 135억8000만달러(17조6800억원, 예측)로 각각 약 14%, 32%나 늘었다.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K콘텐츠 수출의 경제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이 1억달러 증가할 때마다 화장품, 가공식품, 의류, 정보기술(IT) 기기 등 소비재 수출은 1억8000만달러(1.8배) 증가했다. 또 K콘텐츠를 1억달러 수출할 때 생산 유발 효과는 총 5억1000만달러로 추산되는 등 전후방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외국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즐기고 좋아하면서 한국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사람과 문화에도 매력을 느껴 한국에 (유학하거나) 관광하러 오는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콘텐츠 인력 양성과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콘텐츠 기획부터 유통까지 단계마다 잘 뒷받침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 같다.

“콘진원 예산이 지난해 5470억원에서 올해 800억원 이상 증액된 건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한 편이다. 콘텐츠 7개 장르만 해도 방송·영상 쪽이 지난해 약 421억원에서 1190억원으로 급증했을 뿐 나머지는 예산이 대폭 줄거나 소폭 느는 데 그쳤다. 콘텐츠는 국가 간 경계가 희미하다. 콘텐츠만 좋으면 어디든 바로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콘텐츠산업은 (실시간으로) 세계 시장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필요한 인력과 인프라, 자금이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아주 괜찮은 우리 소설이 해외 출판 시장으로 나가려면 그 나라 언어로 번역이 잘돼야 한다. 단순히 글만 그대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그 나라 문화(와 독자 취향)에 맞게끔 다시 창작하듯이 번역해서 내놓아야 한다. 그러려면(그렇게 제대로 번역하려면 합당한) 돈을 들여야 하지 않나.”

―콘텐츠산업 관련 예산이 부족해 생기는 안타까운 점이라면.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컬처(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거라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다고 해외에서도 성공할 것이라 보장 못한다. 그래서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어도 실패 위험 걱정에 해외 시장에 나가길 주저하는 업체가 있는데 공공기관에서 위험을 좀 부담해주면 도전하지 않겠는가. 아울러 그런 업체가 끝까지 잘 싸우도록 지원해주고. 그럴 경우 신생 기업도 당장은 어렵겠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콘진원은 그런 판을 만들어주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OTT 콘텐츠 제작비 지원액을 최대 30억원으로 늘린다거나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신생 기업)에게 전국의 CKL기업지원센터를 연결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밖에도 콘텐츠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건 뭔가.

“(콘텐츠 업계 참여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기업)의 돈이 A에서 B로 옮겨가면 매출이 발생하고 수익도 생기게 된다. 누가 도둑질을 해도 돈이 이동하는 건 같다. 하지만 매출이 발생한 건 아니다. 오히려 도둑을 막고 돈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 더 들어간다. 이처럼 콘텐츠 창작자나 업체가 불법 다운로드와 같이 도둑질당할 고민을 하지 않고 안전하게 작업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산업 생태계도 더 건강해질 수 있다.”

―K콘텐츠 위상에 금이 가고 위기가 올 수도 있나. 어떤 요인이 있을까.

“콘텐츠 이용자들은 아류를 안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가 필요하고 내용과 형식 면에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특히 그런 콘텐츠가 정말 많아야 한다. 이용자가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콘텐츠 경쟁은 이용자의 시간을 뺏는 싸움인데 지금 K콘텐츠가 그들을 계속 붙잡아 놓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가에 대해 물음표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홍콩 누아르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K콘텐츠)도 ‘지금 시스템대로 잘 가고 있으니 이렇게 계속 가자’ 하는 순간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먼저 참신한 K콘텐츠 소재와 형식이 고갈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수도권 중심의 콘텐츠산업을 지역으로 확장해서 창작 기반 자체를 넓혀놔야 한다. 또 (기성세대보다) 변화에 민감하고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들이 콘텐츠 창작부터 제작, 유통 등 전 단계에 필요한 인프라를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줘야 한다. 아이디어가 기발하면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시도할 수 있게 지원해야지 성과나 성공 가능성부터 따지면 항상 안정적인 투자밖에 못한다.”

―콘텐츠 업계의 요청 사항은 뭐고, 콘진원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업계에선 한류 지속과 콘텐츠 수출 지속을 위해 크게 네 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 첫째, 진출 대상 나라의 법제와 수입·행정 절차, 문화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 나라 ‘키맨’이 누구인지도 알고 싶고. 둘째, 앞에 얘기했지만 수출 시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기호)에 맞게 콘텐츠를 손질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길 꺼린다. 업체들이 그런 부담을 떨치고 덤벼들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해줘야 한다. 셋째, 현지인들이 K콘텐츠를 체험하며 즐길 기회를 제공하는 등 현지 홍보 활동 강화 방안 마련이다. 넷째, 중소·영세 업체 대부분 해외 네트워크가 마땅치 않아 현지 시장을 뚫을 엄두도 못 내는 만큼 콘진원이 해외 지사 역할을 해달라고 한다. 콘진원은 결국 업계가 요구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 해외 진출을 위한 원스톱 지원 거점(해외 비즈니스센터)을 기존 9개국 10개소에서 올해 5곳(미국 뉴욕,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멕시코 멕시코시티, 인도 뉴델리) 추가해 13개국 15개소로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7년까지 50개소로 확충할 계획이다.”

 

조현래 원장은… ●1966년 경남 사천 출생 ●진주 동명고 ●고려대 행정학과 ●KDI 국제정책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행정고시(36회)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2019년 문체부 관광산업정책관 ●2020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 ●2021년 문체부 종무실장

대담=송용준 문화체육부장, 정리=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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