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CM은 처음… 韓·日 타격 과시
공군 ‘자유의 방패’ 연계 훈련
한·미 북핵수석, 도발 대응 논의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개조 추정
지상·해상서 각각 쏘는 능력 갖춰
신규 개발보다 저비용·효율성 높아
北 잠수함 노후화에도 71~83척 추산
일부 개조하면 탑재 가능 전력 상승
핵탄두 탑재 능력 확보 여부 미지수
한반도 정세가 본격적인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미가 13일부터 11일간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합연습과 야외기동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북한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쏘는 등 전략적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연합연습 기간 핵추진 항공모함 등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략순항미사일 수중발사훈련이 12일 새벽에 진행됐다”며 “발사훈련에 동원된 잠수함 ‘8·24영웅함’이 조선 동해 (함경남도) 경포만 수역에서 2기의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동해에 설정된 1500㎞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8자형 비행 궤도를 7563~7575초(약 2시간) 비행해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주장대로 1500㎞를 비행할 수 있다면, 한반도와 일본이 타격 범위에 들어간다. 여기에 “다양한 공간에서의 핵전쟁 억제 수단들의 경상적(정상적) 가동 태세가 입증됐다”고 강조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도 과시했다.
군 당국은 북한 주장에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밝힌) 제원에 관련된 부분은 군이 파악한 것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전략순항미사일 실전배치 여부에 대해서도 “초기 단계의 시험발사”라고 평가했다. 다만 저고도로 비행해 탐지와 추적이 쉽지 않은 순항미사일 특성을 감안하면, 북한 주장과 우리 군이 파악한 상황이 차이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군은 14∼15일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과 연계해 전시 제공권 장악을 위한 출격훈련을 실시한다.
제20전투비행단 등 주요 전투비행 부대에서 36시간 동안 밤낮을 안 가리고 공중작전을 지속하는 주야간 지속 출격훈련이다. 전투기에 장착하는 미사일 등 각종 무장을 신속·정확하게 탑재하는 최대 무장 장착훈련, 탄약을 보급하는 대량 탄약 지속 조립훈련, 활주로를 복구하는 긴급 활주로 피해복구훈련, 적 특수전 부대 공격을 저지하는 야간 기지방호훈련을 펼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로 한·미 연합연습을 방해하려 하더라도 한·미동맹은 연습을 정상적으로 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는 이날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 도발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통화에서 “도발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 연합훈련이 중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韓·美 공격 맞서 발사 플랫폼 다양화… 北 반격능력 강화
최근 수년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집중해 온 북한이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까지 선보이며 전략적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2021년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첫 시험발사 후 2년여 만이다. 잠수함에서 쏘는 중장거리 미사일은 핵전쟁에서 적 공격에 반격하는 제2격(second strike) 능력으로 분류된다. 북한이 반격 능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사일 1개에 플랫폼 2개… 단기간 개발 효과
북한이 처음 잠수함에서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은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쐈던 ‘화살-2형’을 잠수함 어뢰발사관에서 발사하도록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 개발한 미사일을 지상과 해상 플랫폼에서 각각 쏘도록 다양화한 셈이다.

지상발사 미사일을 해상용으로 개조하는 방식은 북한이 예전부터 구사했던 전략무기 개발 전략의 일부다. 북한은 러시아산 R27 SLBM을 토대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해서 쏘는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만들었다. 북극성 SLBM을 TEL에서 운용하는 북극성-2형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전환했고,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개량한 SLBM도 개발했다.
기존 무기를 개조하거나 성능 개량을 진행해 발사 플랫폼을 다양하게 만드는 방식은 신규 개발보다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의 공격에 맞서 반격할 때 필요한 전략무기 종류를 단기간 내 늘릴 수 있다. 탑재 부품이나 장비, 소재 등을 공통화할 수 있어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경제난을 겪는 북한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전략무기를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발사하는 방식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노후 잠수함 성능 강화로 이어질까
잠수함에서 쏘는 전략순항미사일의 등장은 북한 해군 잠수함 전력 재평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번에 미사일을 발사한 잠수함 ‘8·24영웅함’은 SLBM 시험발사 등에 투입됐던 실험함에 가깝다. 주력은 냉전 시절 소련(현 러시아)에서 들여온 로미오급 등 구형 잠수함이다.
북한은 잠수함 71∼83척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부분 노후화했다. 8·24영웅함의 어뢰발사관에서 SLCM을 쏜다는 것은 로미오급 잠수함도 일정 수준의 개조만 진행하면 발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SLBM 운용을 위해서는 잠수함을 새로 건조해야 하지만, SLCM은 기존 잠수함 개조만으로도 전략적 타격력이 갖춰질 수 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SLCM 발사를 위해 구형 잠수함 개조에 나선다면, 그동안 저평가된 북한 해군 잠수함 전력을 재평가해야 할 수도 있다. 북한 잠수함이 동해 연안의 지대함·지대공미사일 사거리 안에 머물면서 SLCM을 쏘는 수중 발사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경우 한·미 해군의 해상초계기나 구축함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다.

북한이 주장한 핵탄두 탑재 능력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에 탑재되는 150㏏(킬로톤·1㏏은 TNT 1000t 폭발력) 위력의 미군 핵탄두 중량은 110㎏ 수준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 진전을 이뤘지만, 미국처럼 SLCM 탑재가 가능할 정도로 기술적 성과를 거뒀는지는 미지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잠수함은 21인치급 어뢰발사관을 쓰므로, 순항미사일은 직경 533㎜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600㎜ 초대형 방사포보다 작은 직경을 지닌 초소형·초경량화 핵탄두는 북한이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이 본격화하며 미군도 정찰활동을 늘리고 있다. 미 육군의 최신 정찰기 공중 정찰·전자전 체계(ARES)와 RC-12X 정찰기가 이날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으며, 미 공군 전자정찰기 RC-135V도 정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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