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준비 16일 투수 마지막 등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돔 외야에는 다양한 광고판이 있다. 대부분이 제품 사진, 기업명이나 홍보 문구로 된 광고지만, 사람 얼굴이 떡하니 박혀있는 광고가 딱 1개 있다. 바로 일본 야구 대표팀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사진)가 그 광고모델이다.
전 세계 유일무이의 투타겸업의 ‘이도류’ 야구를 선보이고 있는 오타니는 2021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며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평정한 선수다.
‘사무라이 재팬’의 간판으로 이번 WBC에 출전 중인 그의 일본 내 영향력과 인기는 광고 간판 하나만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이에 무색하지 않게 이번 B조 본선 1라운드는 ‘오타니의, 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무대로 마무리됐다.
일본은 지난 12일 호주전 7-1 승리를 거두며 본선 1라운드를 4전 전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타자’ 오타니와 ‘투수’ 오타니 모두 제 몫을 다했다. 타자로는 4경기 타율 0.500(12타수 6안타), 1홈런 8타점, 5득점, 7볼넷. OPS는 무려 1.684에 달한다. 첫 3경기에서 홈런포가 없었던 오타니는 호주전 1회 무사 1, 2루에서 아치를 그렸다. 타구 속도가 무려 시속 182㎞에 달할 만큼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오타니는 투수로는 일본의 첫 경기였던 9일 중국전에 선발로 나섰다.
이번 일본 대표팀 오타니를 비롯해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사키 로키(21·지바 롯데), 야마모토 요시노부(25·오릭스)로 이어지는 ‘선발 빅4’ 중에서도 오타니가 당당히 1선발임을 증명한 등판이었다. 시속 160㎞의 강속구를 던지는 오타니는 주무기인 포크볼을 봉인한 채 빠른 공과 슬라이더만으로도 4이닝을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오타니는 16일 A조 2위인 이탈리아와의 8강전 선발로 투수로는 마지막 등판을 남겨두고 있다.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이 “오타니가 준결승이나 결승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오타니가 31일 예정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MLB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과연 오타니가 일본의 세 번째 WBC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안정적인 전력을 뽐내고 있는 일본이 지금의 기세라면 우승도 유력해 보인다.
그렇게 되면 대회 MVP는 자연스레 오타니에게 향할 전망이다. 오타니의 ‘만화야구’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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