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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오스카 키워드는 ‘인생역전’… “황금기 지났다는 말 믿지마세요”

입력 : 2023-03-14 06:00:00 수정 : 2023-03-13 22: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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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에브리씽…’ 작품·감독상 등 7관왕 석권
환갑의 양쯔충 아시아계 첫 여우주연상
남편역 콴 男조연상 “이게 아메리칸 드림”

‘더 웨일’서 270㎏ 거구 연기한 프레이저
이혼·우울증 슬럼프 딛고 男주연상 기쁨

넷플 獨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4관왕
‘아바타’ 시각효과상·‘탑건’ 음향상 수상

제95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은 한 편의 인생 역전 드라마였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가 오스카를 휩쓴 가운데, ‘예스 마담’ 양쯔충(양자경)이 환갑의 나이에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양쯔충의 상대 역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키 후이 콴은 수십년간 무명이다시피 한 세월을 보내다 이번 영화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남우주연상은 영화 ‘더 웨일’에서 270㎏이 넘는 시한부 초고도 비만의 찰리 역을 맡은 브렌던 프레이저에 돌아갔다. 이혼과 위자료 등의 문제로 인생 포기의 아이콘으로까지 전락했던 그였다.

1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의 키 후이 콴(왼쪽부터), 여우주연상의 양쯔충(양자경), 남우주연상의 브렌던 프레이저, 여우조연상의 제이미 리 커티스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연합뉴스

‘에에올’이 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석권했다. 에에올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외에도 대니얼 콴과 대니얼 셰이너트가 감독상을 받았고, 제이미 리 커티스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각본상, 편집상도 받았다.

 

에에올은 장르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복합적인 영화지만 관통하는 주제는 가족의 사랑, 그중에서도 엄마와 딸의 사랑이다. 양쯔충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온 중국계 이민 1세대로, 세탁소를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엄마 에벌린을 연기했다. 에벌린은 현실 세계에서는 동성애자인 딸(스테퍼니 수 분)과 갈등을 빚고, 다중우주에서는 세상을 파괴하려는 빌런 ‘조부 투파키’에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다중인격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무술까지 소화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오스카의 역사를 새로 쓴 양쯔충은 “여성들이여,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믿지 말라”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바란다. 가능성이 되기를 바란다. 큰 꿈을 꾸고, 그 꿈이 실현되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면서 “제 어머니께, 세계의 어머니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기 때문”이라는 소감을 더해 박수를 받았다. 양쯔충은 앞서 미국 골든글로브,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를 비롯한 40여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아카데미 수상을 예고했다.

미국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 1세대를 연기한 양쯔충.

남우조연상을 받은 콴은 시상식 무대에 오르면서부터 눈물을 글썽였다. 50대에 접어든 콴은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의 중년이라면 다 알 만한 배우다. 그는 1980년대 ‘인디아나 존스2’와 ‘구니스’에서 아역으로 출연해 우리나라에도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동양계라는 약점으로 좋은 배역을 맡기 힘들었고 스크린 밖의 무술감독 등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상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베트남 출신의 콴은 자신이 보트피플 난민이었다며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가 영화 안에만 있다고 하지만, 이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어 “아내가 매달, 매년 20년 동안 저에게 언젠가는 당신의 시간, 시대가 올 거라는 말을 해줬다”며 “저는 제 꿈을 거의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 꿈을 꾸라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콴은 에에올에서 양쯔충의 남편 역을 소화했다.

 

에에올에서 세무 공무원 역을 맡은 커티스는 주로 공포영화에 출연해 ‘호러퀸’으로 이름을 알렸고, ‘트루 라이즈’에 출연해 골든글로브를 받았다. 오스카 수상은 처음이다.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프레이저의 인생 역정도 험난했다. 프레이저는 1999년 영화 ‘미이라’의 주인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나, 이후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이혼 후 힘든 시절을 보냈고, 동성 성폭행을 당했으며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더 웨일은 분장상까지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에에올만큼은 아니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서부전선)도 오스카에 큰 족적을 남겼다. 서부전선은 국제장편영화상과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전쟁 영화이면서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독일어로 된 영화가 이만큼 주목을 받은 것도 놀라운 성취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피노키오)에 돌아갔다. 단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작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다. 두 영화 모두 반전의 메시지를 담았으며, 피노키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의 수상이다.

 

시각효과상은 천문학적인 제작비와 흥행 성적을 거둔 ‘아바타: 물의 길’에 돌아갔다. 아바타는 국내 누적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음향상은 ‘탑건: 매버릭’이 받았다. 비행 중의 음향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제가상은 발리우드(인도) 영화인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의 ‘나투 나투’가 받았다. 빠른 가사와 주제가에 맞춘 격렬한 춤 영상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발리우드 영화가 주제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미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에서도 주제가상을 받으며 수상이 유력했다.

 

각색상은 ‘위민 토킹’, 의상상은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에 돌아갔다. 장편 다큐멘터리상은 러시아 독재에 맞서는 얘기를 다룬 ‘나발니’에, 단편 다큐멘터리상은 ‘아기 코끼리와 노부부’에, 단편 영화상은 ‘언 아이리시 굿바이’에게 각각 수여됐다.

 

서부전선과 함께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이니셰린의 밴시’와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엘비스’, 7개 부문 후보였던 ‘파벨만스’는 상을 받지 못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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