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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빠진’ 제주들불축제, 손질해야…산불경보 시기 겹쳐 취소 되풀이

입력 : 2023-03-13 15:21:57 수정 : 2023-03-13 15: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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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의 불 축제이자, 제주 대표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산불 발생 우려가 있고 대기 환경까지 오염시킨다는 논란이 일면서 개최 시기와 프로그램 등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제주시에 따르면 2023 제주들불축제 하이라이트로 진행 예정이던 오름 불놓기를 취소한다고 전날인 10일 오전 긴급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2019 제주들불축제 오름 불놓기.

시는 지난 6일 산불경보가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되면서 산림보호법에 따라 산림 또는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불 놓기 허가가 중지된 데다 8일 정부 부처에서 공동으로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제주지역 산불위험지수는 48로 ‘관심’ 단계고, 산불위험지수가 높은 지역과 떨어져 있는 만큼, 산림청에 ‘산불경보 경계 단계 발령과 별도로 오름 불 놓기가 가능하냐’고 문의하고 답변받는 과정에서 결정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산불경보 ‘경계’ 단계는 전국 산림 중 산불위험지수가 66 이상인 지역이 70% 이상일 때 발령된다. 산림청은 전국에 발효한 이 같은 산불경보를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들불축제가 열리는 3월은 건조한 날씨로 산불 위험성이 높다. 올해 경남 합천 산불, 지난해 역시 강원 고성 산불 등 국가적 산불 재난으로 인해 축제가 취소됐다.

 

‘오름 불놓기’ 등 불 관련 행사가 전격 취소 결정이 나면서 ‘불 빠진’ 들불축제장 관객은 최대 수준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 ‘맥 빠진’ 행사가 됐다.

 

9∼12일 행사 나흘간 전체로 보면 2020년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전면 대면으로 축제가 열려 모두 3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시가 주최하는 축제 예산은 15억여원으로 국비 3000만원을 제외하면 전액 지방비다. 그동안 관광객 유입으로 예산 투입 대비 높은 경제 파급효과를 창출했지만, 올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2023 제주들불축제 레이저쇼.

◆대기 오염·산불 우려 논란

 

이 때문에 축제 개최 시기를 축제 취지에 맞게 정월대보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들불축제는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매년 겨울과 초봄 사이에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들불놓기 ‘방애’와 무사 안녕,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제주 고유의 전통 민속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행사다.

 

1997년 소규모로 진행되다가 2000년 새별오름에서 본격 시작됐다.

 

애초 2월 정월대보름에 맞춰 열렸다. 하지만, 시기적 특성상 꽃샘추위와 폭설과 비바람 등 악천후로 인해 들불축제의 백미인 오름 불놓기 행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해마다 반복됐고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강풍때문에 오름 불 놓기를 취소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제주시는 2013년부터 축제의 명칭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에서 ‘제주들불축제’로 바꾸고, 시기도 정월대보름이 아닌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 속하는 주의 주말에 여는 것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산불 경보가 발령되는 시기와 축제 일정이 겹쳐, 다른 지역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축제를 취소해야하는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

 

탄소배출과 오름훼손 등 환경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오름 불놓기 행사는 해발 519m의 새별오름 남쪽 경사면 26만㎡ 억새밭에 불을 놓고, 동시에 2000발의 불꽃을 터트린다.

 

‘장관’을 연출하기 위해 오름 경사면에 석유를 뿌린 후 불을 놓기 때문에 석유가 타면서 많은 미세먼지와 탄소가 발생하는 데다 바람이 갑자기 강하게 불 경우 산불로 번질 우려도 높다.

 

제주들불축제 장소인 새별오름에서는 불을 놓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식물종과 식물상의 다양성 차이가 확연하다는 식생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제주녹색당은 성명에서 “기후재난의 현실 속에서 세계 도처가 불타는 마당에 불구경하자고 생명들의 터전에 불을 놓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며 “오름 훼손, 생태계 파괴, 발암 물질, 토양 오염, 지하수 오염 등의 산적한 문제와 함께 기후재난 앞에 탄소배출을 늘리는 퇴행적 축제는 과감히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환경 고려하는 축제로”

 

이인재 가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11일 열린 제주들불축제 발전방안 포럼에서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제주들불축제도 환경을 고려하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미세먼지와 침출수 등 들불축제로 인한 주변 환경피해를 정확히 파악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축제에 따른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축제 기획 단계부터 환경전문가가 참여해 관련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강 시장은 이와 관련 “오름 불놓기로 인한 탄소 배출 우려 등 환경 오염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제주들불축제는 20년 넘게 이어오면서 하나의 지역 문화로 자리 잡았다.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진행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행사 시행 시기와 프로그램 구성 등을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깊이 있게 검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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