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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화합’의 LG家, 75년 만에 ‘재산 분쟁’ 암초… 불씨 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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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3 06:00:00 수정 : 2023-03-13 09: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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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회장 별세 4년만에 상속 분쟁
1947년 창업 이래 처음…“이제 와서”
유언장 존재 인지 여부가 소송 핵심
양자 vs 세 모녀…안팎 ‘진흙탕’ 우려

1947년 창업 이래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LG그룹에서 상속재산 분할 소송이 벌어졌다. 재계 안팎에선 인화(人和, 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를 중시하는 LG가에서 재산 다툼이 벌어진 것이 의외라는 분위기와 함께 이번 소송이 단순한 재산 분할을 넘어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연합뉴스

12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양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양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대표, 구연수씨는 최근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2018년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구본무 전 회장은 부회장 시절이던 1994년 고등학생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뒤 그룹 승계를 위해 방계였던 조카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받아들였다.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모두 구본무 전 회장과 김 여사 사이에서 낳은 친딸이다.

 

◆“유언장 없는지 몰랐다” vs “이제 와서…황당”

 

소송의 핵심은 유언장 존재 인지 여부다. 김 여사와 두 친딸은 유언장 존재 여부 등을 문제 삼으며 이번 소송을 냈다. 세 모녀 측은 상속재산 분할 합의 당시 LG 측이 구본무 전 회장의 유언을 들며 합의를 요구했고, 유언장을 보여달라고 했으나 결국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구본무 전 회장은 유언장을 따로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 측은 세 모녀가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들의 문제 제기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G는 지난 10일 낸 입장문에서 “고인 별세 이후 5개월 동안 가족 간의 수차례 협의를 통해 (상속이) 법적으로 완료된 지 4년이 넘었다”며 “이미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정기간, 3년)도 지났다”고 덧붙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뉴시스

◆지분·개인재산 분리 상속…“LG家 전통 따라”

 

구본무 전 회장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총 2조원 규모의 유산을 남겼다. 당시 ㈜LG 지분은 구광모 회장 8.76%, 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로 나눠 상속했다. 선대회장의 개인재산인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은 모두 세 모녀가 상속했고, LG 지분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LG 측은 이같은 상속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LG家의 원칙과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LG 측은 “지금까지 이어진 LG 경영권 승계 룰은 4세대를 내려오면서,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 외 가족은 소정의 비율로 개인재산을 받아왔다”며 “특히 원칙과 전통에 따라 경영권 재산인 ㈜LG 지분 모두는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돼야 했으나, 구광모 회장이 세 모녀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가 각각 3300억원, 830억원 상당의 지분을 상속받는 데 합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세 모녀는 유언장이 없었으므로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인 ‘1.5대 1대 1대 1’을 따랐어야 한다고 말한다. 법정 비율대로 다시 분할하게 되면 김 여사는 3.75%를, 구광모 회장과 두 딸은 2.51%씩 상속하게 된다.

 

◆세 모녀 승소 땐 경영권 다툼 불가피

 

세 모녀가 소송에서 승리하면 LG그룹의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 모녀 지분의 합(14.09%)이 구광모 회장(9.7%)보다 커져서다. 지난해 9월말 구광모 회장의 지분율은 15.95%지만, 세 모녀 주장이 반영되면 지분율이 9.7%로 감소한다. 반면 김 여사는 기존 4.2%에서 7.95%로, 구연수 대표와 연수씨는 각각 3.42%, 2.72%로 높아진다.

 

LG그룹 안팎에선 이번 소송이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돼선 안된다는 분위기다. 세 모녀는 경영 경험이 없는 반면, 구광모 회장은 2006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현장을 누볐기 때문이다. 이에 세 모녀 측은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추후 내부 논의를 거쳐 자세한 소송 취지 등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LG는 지분 변동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 측은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LG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며 “최대 주주인 구광모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LG가를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재산 다툼 안 돼”…합의 가능성도

 

재계에선 LG와 세 모녀 측이 본격적인 법정 공방에 들어서기 전 합의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LG가는 창업 이후 75년간 4세대를 이어오면서 양해와 이해 속에서 경영권을 승계해왔고,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전례를 생각하면 이번에도 ‘진흙탕 싸움’ 대신 원만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LG 측은 앞선 입장문에서 “LG는 사업 초기부터 허(許)씨 가문과 동업했고 후손들도 많아서 창업회장부터 명예회장, 선대회장에 이르기까지 집안 내, 회사 내에서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가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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