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 첫 승 신고한 ‘이강철호’… 실점으로 경우의 수 더 꼬였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 중인 한국 야구 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대회 첫 승을 거뒀지만, 실낱같았던 8강 진출의 경우의 수는 더 꼬였다. 경기 막판 허용한 3실점이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체코와 대한민국의 경기, 7:3으로 승리한 대표팀 김하성 등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도 분쿄구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B조 본선 1라운드 체코와의 경기에서 7-3 승리를 거뒀다. 9일 호주전 7-8 패배, 10일 일본전 4-13 완패를 당했던 한국은 이날 승리로 이번 대회 첫 승을 뒤늦게서야 신고했다.

승리의 주역은 선발로 나선 박세웅이었다. 지난 10일 7회 2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해 불을 끈 뒤 8회까지 책임지며 한국의 콜드게임 패배를 막아냈던 박세웅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이날도 4.2이닝 동안 59구를 던지며 피안타 단 1개만 내주며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탈삼진은 8개였고, 4사구도 하나도 없었다. 전날 일본전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영건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를 상대로도 2안타 2볼넷을 얻어냈던 체코 타선은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는 박세웅의 공을 좀처럼 쳐내지 못했다. 타선에서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빛났다. 호주전과 일본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던 김하성은 이날 솔로포만 두 방을 때려내며 분풀이를 했다.

대회 첫 승을 신고했지만, 한국의 8강 진출 가능성은 어두운 상태다. ‘IF’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체코전에 이어 오후 7시에 열리는 일본-호주 경기에서 일본이 호주를 잡아줘야 한다. 이어 13일 정오에 열린 호주-체코전이 관건이다. 체코가 호주를 잡아줘서 한국과 호주, 체코가 모두 2승2패 동률이 된 뒤에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체코와 대한민국의 경기, 대표팀 선발 박세웅이 5회초 1사 2루에서 교체되고 있다. 뉴스1

세 팀이 동률일 경우 세 팀간 맞대결에서의 이닝 당 최소실점이 높은 팀이 높은 순위를 얻게 된다. 한국은 호주에 8점을 내줬고, 체코에 3점을 내줬다. 18이닝 11실점이다. 현재 체코는 한국에 8이닝 동안 7점을 내준 상황. 내일 호주-체코전에서 체코가 5-4으로 이긴다고 가정할 경우 호주는 18이닝 12실점이 되고, 체코는 16이닝 11실점이 된다. 이렇게 되면 수비이닝 당 실점률에서 한국이 가장 낮게 되어 8강 진출이 가능하다. 즉, 체코가 4점 이상 실점하고 승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는 정규이닝 안에 승부가 났을 경우로, 10회 이후 연장 승부에 돌입해 수비이닝이 길어질 경우엔 또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이날 3점을 내준 것이 안타깝게 됐다. 특히 7회 1사 1,2루 상황에서 나온 좌익수 방면 직선타를 좌익수 김현수가 다이빙 캐치로 잡으려다 뒤로 빠뜨린 장면이 너무 아쉽다. 김현수의 타격감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이날 8번까지 내렸음을 감안하면 경기 후반인 7회엔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비가 그닥 좋지 않은 김현수 대신 외야수비가 뛰어난 최지훈이나 박해민 등의 기용을 고려해봤어야 했다. 코칭스태프는 그대로 김현수를 기용했고, 그 장면이 나온 이후에야 최지훈을 좌익수로 교체했다.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체코와 대한민국의 경기, 김하성이 타석에 올라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뒤 이강철 감독도 실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박세웅이 선발투수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주고 잘 끌고 가줘서 리드를 잡고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충분히 다했다.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을 방향으로 잡고 갔는데 마지막에 3실점이 아쉬움이 남지만 경기를 이겼으니 호주-체코전 결과를 기다려 봐야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쿄=남정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