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비리 은폐·범죄 재확산’ 부작용… 감옥의 개혁 과제는

입력 : 2023-03-11 01:00:00 수정 : 2023-03-10 19:52:11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감옥의 대안/미셸 푸코/이진희 옮김/시공사/1만5800원

 

20세기 후기구조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는 고고학·계보학적 방법론이라는 접근 방식을 통해 권력과 지배 담론이 사람들에게 작용하는 방식을 드러내려 했다. ‘광기의 역사’(1961년)라는 저술을 통해 근대 서양문명의 핵심인 합리적 이성이라는 개념이 독단적인 논리로 정의됐음을 비판하고 소외된 비이성적 사고의 진정한 의미를 파헤쳤다. 이는 ‘임상의학의 탄생’(1963년)으로 이어져 의학적 지식이 근대와 함께 재조직됐음을 살펴봤다. ‘말과 사물’(1966년)과 ‘지식의 고고학’(1969년)에서는 근대적 지식이 과거와 연속성을 가진 것이라는 인식이 착각임을 보여주며 서구 전통사상사를 비판했다.

미셸 푸코/이진희 옮김/시공사/1만5800원

이런 흐름 속에 푸코는 1975년 감옥의 역사를 파헤친 ‘감시와 처벌’을 내놓았다. 감옥의 탄생은 고문과 화형 등 전근대 잔혹했던 형벌 시스템이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노동과 교정이라는 방식으로 변화해 진일보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푸코는 유순해진 형벌과 중앙감시탑인 ‘파놉티콘(panopticon)’으로 대변되는 감옥의 감시체계가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권력의 폭력성이 비밀스럽고 교묘해졌음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이제 소개할 ‘감옥의 대안’은 푸코가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에서 한 강연을 편집해 출간한 책이다. 여기에 책을 감수한 몬트리올대학 실뱅 라플뢰르 교수가 프랑스 법무부 자문위원인 토니 페리, 경제사범 관리 전문가 앙토니 이미셸 등과 가진 인터뷰를 더해 푸코가 다룰 수 없었던 현대판 ‘감시와 처벌’까지 살펴보고자 했다.

푸코는 강연을 통해 감옥이 교정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끊임없는 비판에도 살아남은 이유를 설명한다. 이어 감옥의 대안으로 마련된 정책들이 과연 감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제안하는지 의심한다.

푸코는 근대의 감옥이 범죄자들을 모아 재생산하는 공장이 돼 지배층의 비리를 감추는 작용을 하는 등 위법행위를 억제하는 것이 아닌 재분배하는 정치적, 경제적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한다. 이런 감옥에 대한 비판이 커진 것은 점차 범죄자의 정치 경제적 필요가 줄어든 탓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유연화된 구금이나 집행유예의 증가, 전자 감시체계의 도입이다. 푸코는 이러한 변화가 감시의 일상화를 통해 “감옥 공유의 메커니즘이 사회 곳곳에 재확산될 위험성”이 크다고 본다.

라플뢰르 교수와 전문가들은 푸코의 우려처럼 감시체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음을 논의한다. 가장 큰 예가 코로나19 시대 확진자 동선 추적을 둘러싸고 있었던 전자 감시와 정보 공개, 위치 추적 등에 대한 논란이다. 결국 푸코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지 않고서는 감옥을 개혁할 수 없다”고 설파한다. 그저 범죄자의 인권 보장이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를 뜯어보고 고민하는 과정이 감옥의 개혁인 셈이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