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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영화 ‘컨버세이션’이 소환한 영화와 대화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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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1 14:00:00 수정 : 2023-03-10 12: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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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3일 개봉한 김덕중 감독의 ‘컨버세이션’은 제목 그대로 대화를 담아낸 영화다. 덕분에 ‘컨버세이션’을 보며, 이 영화가 대화를 담아내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영화와 대화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컨버세이션’ 속의 15개 대화, 15개 장면 

 

영화 ‘컨버세이션’에는 15개의 장면만 나온다. 보통 장편영화 1편에 100여개의 장면이 나오는데, 매우 이례적이다. 2시간 남짓한 영화에 15개 장면만 나온다는 건 각각의 장면이 매우 길다는 걸 의미한다. 첫 장면의 대화만 두 개의 커트에 담겼고, 나머지 대화 장면은 모두 한 커트에 담겼다. 이 영화는 총 16개의 커트로 영상화되었다.

 

장면이 시작하면 인물들은 대화 중이거나 대화 시작 직전이다. 대화는 편집 없이 길게 보여준다. 적어도 한 장면을 보는 동안에 영화 속 인물과 영화 밖 관객은 같은 시간을 겪는다. 편집을 통한 시간의 생략이 없으니, 5분의 대화를 5분 동안 지켜보는 식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상영 시간과 비슷한 2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는 시간이 건너뛰고, 순서도 뒤바뀌어, 10여 년의 시간, 세월, 사연을 담고 있다.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방식은 낯설지만, 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공간, 대화하는 내용은 일상적이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영화를 볼 수 있다. 더 정확하게는 대화하는 인물을 지켜볼 수 있다. 순간순간 엿듣는 기분도 든다. 

 

 

◆영화 속 대화의 역할

 

2시간 남진 대화를 지켜보다 보니, 영화에서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 역할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됐다. 사실 대화가 나오지 않는 영화는 (거의) 없다. 극영화든 다큐멘터리영화든 사람들이 나오는 이상, 그들이 하는 대화는 등장하기 마련이다.

 

영화에서 대화는 정보 제공 즉 스토리 전달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비롯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더불어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다.

 

영화는 시청각적인 영상 요소로 완성되기에, 그들의 대화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방식에 따라 관객은 더 많은 정보와 뉘앙스도 파악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두운 조명, 특정 색감, 흔들리는 카메라, 불길한 배경음악 등이 추가되면, 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신빙성은 떨어질 수 있다. 

 

혹시 기억에 남는 영화 속 대화 장면이 있는지? 아마도 대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대화를 담아냈던 영상의 분위기, 대화 이외의 음향 효과, 배경 음악 등까지 여러 가지 모두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 속 대화의 역사

 

영화 역사적으로 볼 때, 무성영화 시기 영화 속 대화는 자막 읽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커트와 커트 사이에 추가된 자막 커트에는 큰 따옴표가 표시된 대화 자막이 담겼다. 인물이 말하는 모습을 본 후, 이어지는 커투에서 자막을 읽는 식이었다.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동시에 목소리를 되는 건, 유성영화 때부터 가능해졌다. 초기 유성영화는 미국에서 ‘토키(talkie)’라고 불렸는데, ‘talking pictures’의 줄임말로 ‘말하는 영화’를 의미했다. 관객이 체감하는 무성영화와 유성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우들의 목소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초기 유성영화가 인물의 대화를 들려주는 데 집중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할 수 있다. 

 

이후 영화는 대화(대사) 이외에도 다양한 사운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들려주기 시작한다. 여러 영상 요소와 만나 시너지 효과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영상에서는 어마어마한 폭발 장면이 나오지만, 오히려 무음 처리를 하기도 한다. 이 경우 관객은 처음엔 당황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폭발의 충격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컨버세이션’ 역시 화면구도, 카메라의 움직임과 거리감, 인물의 움직임, 밝고 어두움 등 영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대화 이외에, 화면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사운드를 들려주어, 화면 밖 공간도 상상할 수 있다.

 

 

영화가 대화를 담아내는 방법, 역사 등 여러 기억과 생각을 소환한 흥미로운 영화 ‘컨버세이션’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사진=영화 ‘컨버세이션’ 포스터·스틸컷. 풀잎필름/필름다빈 제공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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