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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닝 무실점, 2안타 2타점 2볼넷 1득점’ 오타니의 ‘만화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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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09 23:14:07 수정 : 2023-03-09 23: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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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국 꺾고 WBC 첫 승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20개국 600명 선수 중 가장 핫한 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투타겸업 선수인 오타니는 기량뿐만 아니라 화제성도 최고다. 일본에서 5년간의 프로 생활을 한 뒤 메이저리그로 넘어간 오타니는 2018년 신인왕에 올랐다.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중국과 일본의 경기, 일본 대표팀 선발 오타니 쇼헤이가 2회초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도쿄=뉴스1

토미존 수술 등 부상으로 2019~20년 주춤했던 오타니는 부상을 말끔히 털어낸 2021년 마침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평정했다. 타자로 155경기 나서며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오타니는 타율은 0.257 46홈런 100타점 16도루 OPS 0.965를 남겼다. 투수로도 빅리그에서 첫 100이닝을 넘기며 23경기 130.1이닝 9승2패 평균자책점 3.18 156탈삼진을 기록했다. 투타 합쳐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8.1(팬그래프닷컴 기준)을 기록한 오타니는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 1위표 30장을 독식하며 만장일치 MVP로 선정됐다. 2001년 스즈키 이치로 이후 20년 만이자 아시아인 최초의 만장일치 MVP였다.

 

2022년엔 투수 부문의 성적이 일취월장했다. 28경기 선발 등판해 166이닝을 던지며 처음으로 정규이닝을 넘겼고,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 219탈삼진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남겼다. 타자 성적표는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 1918년 베이스 루스 이후 104년 만에 10승-10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됐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15승과 30홈런, 규정이닝+규정타석을 동시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투타 합친 WAR은 9.4로 전년도보다 더 높아졌지만, 62홈런을 때려내며 아메리칸리그 단일 시즌 홈런 신기록을 세운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에 밀려 MVP 투표 2위에 그치며 MVP 2연패는 실패했다.

 

지난 2년간 미라클 시즌을 보내며 ‘사무라이 재팬’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오타니가 프로 경력 10년 만에 WBC 데뷔전을 치렀다. 오타니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B조 1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3번 타자 겸 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일본 최고의 스포츠 스타인 오타니를 보기 위해 일본 야구팬들은 이른 아침부터 도쿄돔에 몰려들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5만 여석에 가까운 도쿄돔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타니가 마운드에서 투구할 땐 5만 여명이 숨죽이며 그의 공에 집중했고, 삼진을 솎아내면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타자로 들어설 때도 다른 8명의 선수와는 응원 소리의 크기가 차원이 달랐다.

 

오랜만에 고국 팬들에게 일본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선보인 오타니는 차원이 다른 기량으로 팬들의 환영에 화답했다.

 

마음만 먹으면 시속 100마일(약 161km)을 훌쩍 넘기는 포심 패스트볼도 던질 수 있는 오타니는 이날 한 수 아래인 중국 타자들을 상대로 전력 투구를 하지 않고도 쉽게 틀어막았다. 100마일 포심은 딱 한 번 던진 게 다였고, 주무기 중 하나인 포크볼은 하나도 안 던졌다. 포심과 슬라이더 투 피치만으로도 중국 타선을 가볍게 요리했다.

 

3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다 4회 피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를 처리하며 4이닝 무실점 호투를 기록했다. 볼넷은 하나도 없었고, 탈삼진은 5개였다. 투구수도 49개로 이닝당 12개 정도로 이상적인 투구 수를 기록했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중국과 일본의 경기, 일본 대표팀 오타니가 2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몸을 풀고 있다. 도쿄=뉴스1

타자로는 1회 무사 1,2루에 첫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데뷔 타석에선 볼넷을 골라냈고, 2회 2사 만루에선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게 분했을까. 오타니는 세 번째 타석에서 자신의 장타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일본이 1-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3회 2사 1,2루에 들어서서 좌중간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고, 주자 2명은 모두 홈을 밟았다.

 

5회 수비 때 마운드를 도고 쇼세이에게 넘긴 오타니는 ‘오타니룰’에 따라 이후엔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6회 1사에서 볼넷을 골라낸 오타니는 8회 선두타자로 나서 우전 안타를 때려낸 뒤 후속타자 안타 때 홈을 밟았다. 8회 일본 타선이 폭발해 타자일순하면서 2사 만루에서 오타니가 등장하자 5만 여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함성을 터트렸다. 모두가 그랜드 슬램을 기대하는 상황. 오타니 역시 홈런 욕심이 나는 듯 연신 풀스윙을 돌렸지만, 결과는 파울 3개. 이어진 상황에서 1B-2S에서 5구째 공을 밀어쳤지만, 빗맞아 얕은 좌익수 플라이에 그치며 이날 경기를 끝냈다.  

 

오타니의 데뷔전 최종 성적표는 4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볼넷 무실점,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2볼넷. 일본 야구팬들이 기대했을 홈런과 100마일 포심패스트볼을 동시에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오타니는 이날 미국에서 보낸 5년이 자신이 얼마나 성장시켜줬는지를 고국팬들에게 똑똑히 보여줬다. 오타니가 타석과 마운드에서 동시에 지배력을 뽐낸 일본은 중국에 8-1완승을 거두며 2006, 2009에 이은 WBC 3회 우승을 향한 첫 발을 힘차게 내딛었다.


도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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