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개수수료·광고비 상승에 소상공인 부담 커져
자영업자, 음식 가격 인상·음식량 줄여 손실 최소화
소비자, 외식 물가 인상 속 배달료 올라 부담·거부감

”최근 배달 음식을 끊었어요.”
서울 영등포에 거주하는 대기업 회사원 강범준(38)씨는 최근 배달 음식을 끊고 포장주문을 이용한다. 그는 ”퇴근 후 중국 음식점에서 8000원짜리 볶음밥을 시켜먹는데 배달료가 5000원이나 된다”며 ”비싼 배달료를 내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 달에 약 100만원어치씩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데 그 중 배달료가 40만원이라는 게 강씨 이야기다. 그는 ”과거 배달앱을 이용하기 전에는 중국 음식을 시켜먹을 때 배달료라는 것을 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최근 물가도 올랐는데 배달료마저 오른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사원 이문주(33)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제 치킨값이 기본 2만원인데 여기에 배달료 5000원까지 2만5000원을 치킨 한 마리 값으로 내야 한다”며 차라리 직접 음식을 받아오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배달 음식이 더 비싸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이씨는 “똑같은 음식인데 배달이라는 이유로 음식값이 차이 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로 음식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최근 배달비마저 오르면서 배달 음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 특수로 호황을 누리던 배달 시장은 엔데믹을 맞으면서 성장세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치솟은 배달비용에 따른 소비자 부담과 거부감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7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3대 배달앱 플랫폼의 지난 1월 사용자 수는 3021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6.6%(602만명)나 줄었다. 지난달 배민·요기요·쿠팡이츠의 월별활동이용자수(MAU)는 순서대로 1986만697명, 684만5338명, 350만2699명으로 나타났다.
배민과 요기요는 지난해 1월과 비교했을 때 각각 86만2164명(4.15%), 207만7107명(23.2%) 감소했고, 쿠팡이츠는 307만9076명(46.7%)이나 줄어들며 이용자수가 반 토막 났다.

팬데믹 이후 매년 시현해온 두 자릿수 시장 성장률도 꺾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재작년 배달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17조33343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늘었으며 이듬해 50% 증가하며 25조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지난해엔 약 26조원으로 1.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배달시장에 한파가 몰아친 것은 급속도로 불어난 배달음식과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 피로감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음식가격이 가장 큰 선택요인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2~2023 국내외 외식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1.1%가 음식 가격을 선택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배달료(15.1%), 리뷰(14.7%), 메뉴의 다양성(12.4%), 소요 시간(10.5%), 브랜드 인지도(10.5%), 최소 주문 금액(6.4%) 순이었다.
aT는 외식 물가 및 배달료 인상 등의 요인이 작용해 음식에 지급하는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소비자 1950명 중 50.1%, 외식업주 가운데 약 76%가 ‘배달비가 비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배달앱 3사(3~4㎞ 기준) 배달비는 최소 3500원에서 최대 7000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 음식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평균 10% 이상 비싸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에 입점한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 1061개 메뉴 가격을 조사한 결과 거의 대부분인 98%에서 배달 가격이 매장에 비해 비쌌다. 매장보다 배달이 비싼 메뉴 평균 가격은 6702원으로, 매장 가격(6081원)보다 10% 이상 높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런 배달비와 배달음식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을까. 단순히 자영업자 이기주의로 보긴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달 앱 중개수수료와 광고비가 오르면서 소상공인 부담도 커졌다”며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상승한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소비자한테 전가 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자영업자들은 음식 가격을 높이거나 음식량을 줄이는 식으로 부담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피자 전문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배달 앱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음식 가격을 올렸지만 최근엔 피자에 올라가는 토핑량을 줄이는 식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상공인 외식업주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개수수료 인상 시에는 49.4%, 광고비 인상 시에는 45.8%가 음식 가격이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올리거나, 음식량을 줄였다고 답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배달료는 2000원, 실제 부담하는 배달료는 3000원으로 차이가 있다”며 ”공공개발 앱 이용 등 배달 앱 간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aT의 2022~2023 국내외 외식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일반 배달앱 월별활동이용자수는 지난해 보다 6.6%포인트 하락했지만 브랜드 자체 앱, 공공배달 앱은 2.2%포인트, 4%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일반 배달 앱의 경우 배달료와 각종 수수료 등에 대한 부담 문제가 남아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자사 배달 앱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지자체들도 공공배달 앱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aT는 분석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