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번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
9번 홀 큰 실수에도 ‘뚝심 발휘’
매킬로이·셰플러 등 톱랭커 제쳐
최종 9언더… 상금 46억원 넘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커트 기타야마(30·미국)는 무명 선수나 다름없다. PGA 2부 투어와 아시안 투어를 전전하다 유럽 투어를 거쳐 지난해 어렵게 PGA 투어 티켓을 잡았고 더 CJ컵 등 세 차례 준우승했지만 이름을 알릴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오랫동안 ‘눈물 젖은 빵’을 먹던 기타야마가 50번째 출전한 PGA 투어 ‘특급 대회’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달러)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하는 악재를 딛고 감격스러운 생애 첫승을 달성했다. 기타야마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클럽로지(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적어낸 기타야마는 소문난 장타자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기타야마는 톱랭커들을 모조리 제치고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회는 세계랭킹 톱10 중 무려 9명이나 출전했으며 기타야마는 스코티 셰플러(27), 패트릭 캔틀레이(31), 조던 스피스(30· 이상 미국) 등 톱스타들의 막판 거센 추격을 모두 뿌리쳤다. 더구나 기타야마는 9번 홀(파4)에서 트리플보기를 하고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뚝심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PGA 투어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트리플보기를 하고도 우승한 것은 2020년 푸에르토리코 오픈 때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 이후 3년 만이다.

이 대회에 앞서 PGA 투어에서 통산 상금 427만8000달러(약 55억5000만원)를 벌어들였던 기타야마는 이번 대회 우승상금으로 무려 360만달러(약 46억7000만원)를 받았다. 또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와 디 오픈 출전권도 확보했다. 페덱스컵 랭킹 6위로 뛰어오른 기타야마는 세계랭킹도 46위에서 19위로 대폭 끌어올렸다. 기타야마는 “오랫동안 PGA 투어 우승을 꿈꿨는데 마침내 해냈다. 정말 놀랍고 믿기지 않는다”며 “9번 홀에서 선두에서 밀려났지만,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그게 자랑스럽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1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기타야마는 8번 홀까지 3타를 줄이며 순항했지만 9번 홀(파4)에서 트리플보기를 적어내 우승 경쟁에서 밀리는 듯했다. 그사이 매킬로이, 셰플러, 스피스 등이 우승 경쟁에 가세했고 16번 홀에선 기타야마를 포함한 공동선두만 5명이었다. 하지만 기타야마는 17번 홀에서 결정적인 버디를 낚은 뒤 18번 홀(파4)에서 파를 잘 지켜 우승을 확정했다.
한편 한국 선수로는 임성재(25·CJ대한통운)가 공동 21위(3언더파 285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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