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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지킬 ‘방패’ 온다”…최첨단 이지스함, 북한 미사일 잡을 수 있을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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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05 06:00:00 수정 : 2023-03-05 13:48:51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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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독도 먼바다 공해상. 한국 해군 세종대왕함(7600t급), 미 해군 배리함(6900t급),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함(7700t급)이 집결했다. 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능력을 키우는 미사일방어훈련 때문이었다.

 

함정들은 시뮬레이션으로 가상의 탄도미사일 표적을 한국과 일본이 탐지·추적하면서 전술데이터링크를 통해 정보를 각각 미국에 전달했다. 미국은 이를 상대국에 공유하면서 가상으로 요격했다. 이를 두고 “한국 이지스함은 왜 탄도미사일 요격을 못하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해군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요격 능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지닌 SM-3 함대공미사일 도입 등도 꾸준히 거론된다. 다만 해상 미사일방어(MD)의 효용성과 운용범위 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상 MD, 얼마나 효과 있나

 

해군은 2008~2012년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3척을 도입했다. 당시 기준으로는 미 록히드마틴이 만든 이지스 전투체계 가운데 최신형인 베이스라인 7.1을 채택했다. 베이스라인 7.1은 탄도미사일 탐지와 추적은 가능했지만, 요격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급 구축함은 성능개량을 통해 탄도미사일 대응과 방공작전을 동시에 수행하는 베이스라인 9를 적용했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요격이 가능한 SM-6 함대공미사일과 고고도 요격이 가능한 SM-3 함대공미사일 운용이 가능하다. 세종대왕급이 미국, 일본 이지스함보다 뒤처지게 된 이유다.

 

해군의 첫 8200t급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게일보 자료사진

이에 해군은 지난해 건조된 정조대왕함을 포함해 베이스라인 9를 탑재하는 신형 이지스함 3척을 2020년대 후반까지 건조할 예정이다.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요격을 위해 7600억원을 들여 2031년까지 SM-6를 도입한다.

 

국내 개발 방식으로 2030년부터 전력화할 ‘한국형 이지스함’ 차기구축함(KDDX) 6척도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운용할 계획이다.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의 핵심인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를 해상형으로 개조한 무기를 사용하게 된다. 세종대왕급도 베이스라인 9과 SM-6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성능개량을 추진한다.

 

일각에서는 SM-3를 도입해서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강해지는 것을 감안해 ‘함정이나 함대의 위협에 맞선다’는 해군 기존 방공개념을 확대, 탄도미사일 방어 역할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군도 지난해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도입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도입을 주장했다. 올해 국방예산에도 SM-3 도입 관련 실태조사비가 일부 반영됐다.

 

북한의 KN-24 단거리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한반도에서 SM-3의 효용성이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작지 않다. 최저 요격 고도가 90㎞인 SM-3로 요격할 수 있는 북한 탄도미사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 탄도미사일은 △북한 내륙서 한국 내륙으로 쏘는 미사일 △북한 동해에서 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일본 소재 유엔사 후방기지나 괌 미군기지 등 한반도 주변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이다.

 

중·남부지방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KN-23·24·25 SRBM은 정점고도가 90㎞ 이하다. 정점고도에 이르렀다가 하강 직후 다시 상승하는 풀업 기동 능력을 갖춘 KN-23의 정점고도는 60㎞가 채 되지 않는다. KN-23을 개량한 소형 SLBM도 정점고도는 SM-3의 최저 요격고도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고각발사할 수도 있지만, 다수의 SRBM을 보유한 북한이 IRBM 고각발사를 감행하면서까지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을 지원하는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 타격은 사정이 다르다.

 

북한은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미 증원전력과 전략자산 투입을 저지하기 위해 스커드-ER, 북극성-2형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과 화성-12형 IRBM 등으로 괌, 오키나와, 일본 본토의 유엔사 후방기지 및 미군기지를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일들은 정점고도가 90㎞를 넘는다. SM-3로 요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한반도 유사시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 증원전력 전개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미 해군의 SM-3 함대공미사일이 수직발사기에서 발사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다만 한미일 3국이 한반도와 주변 지역 미사일방어작전 과정에서 수행할 역할과 범위 등에 대한 사전 합의가 필수다. 유엔사 후방기지 보호를 위한 미사일방어작전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비롯한 한미 동맹의 제도적 장치에 부합하는가도 미리 따져봐야 한다.

 

미국 MD 편입 논란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SM-3를 제대로 쓰려면 미군과의 강력한 공조가 필수다. 이는 미 MD 편입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SM-3 도입에 앞서 높은 수준의 정치적 판단이 필수적인 이유다.

 

최저요격고도가 34㎞인 SM-6는 북한 SRBM 요격이 가능하다. 탄도미사일 외에도 대함미사일, 순항미사일 격추가 가능한 미사일이라 북한의 신형 유도무기는 대부분 상대할 수 있다.

 

따라서 해안의 주요 전략시설을 북한 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작전에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북한 잠수함 저지를 비롯한 해상작전 소요와 더불어 지상에 있는 L-SAM과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 등의 성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SM-6 탑재 이지스함의 작전 활동과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군의 천궁 지대공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겨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해공군 MD, 철저히 검토해 통합해야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이 높아지면서 한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도 강화되고 있다. 북한 다연장로켓 등을 막을 ‘한국형 아이언돔’ 장사정포 요격체계와 KAMD, 이지스함과 KDDX를 중심으로 하는 해상 MD가 추진중이다.

 

새로운 방어체계가 구축될 조짐도 보인다. 육군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장사정포요격체계Ⅱ 계획을 밝혔다. KN-23·24 등 북한의 저탄도·공력비행 신형미사일 요격하는 체계다.

 

수도권 위협에 대비해 기존 장사정포요격체계 소요를 확대하고,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대응체계를 구축하면서 고출력레이저요격체계, 지상 기반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전력화 추진 방침도 밝혔다.

 

국방부는 KAMD와 장사정포요격체계를 결합한 복합 다층 미사일방어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군은 미사일과 장사정포 혼합공격에 대비한 수도권 복합방어 작전체계를 발전시키고, 북한 미사일을 원거리에서 순차적으로 방어하는 개념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독자 개발한 지상기반 상·하층 방어체계 레이더를 통합해 작전 효율성도 높인다.

 

한국군 패트리엇(PAC-3) 지대공미사일이 발사대에서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를 두고 추가 보완책이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사일방어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면서, 반격을 통한 원점 타격이 실시간으로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일본이 미사일방어망 구축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개념에 의한 것이다.

 

KAMD와 장사정포요격체계 외에도 항공기 요격용으로 구축한 방공망, 북한 장사정포를 공격할 대화력전체계, 북한 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 체인(Kill chain)도 넓은 의미에서 미사일방어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해당 체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실시간으로 방어와 공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작전 개념과 기술적 토대를 구축해 단일 전략개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급속하게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수준을 감안, 기존의 미사일방어체계 소요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기술적으로 뒤떨어졌다고 평가되는 사업이 있다면 소요나 요구성능(ROC)을 수정하고, 새롭게 추가해야 할 부분은 선행연구와 타당성조사 등을 거쳐 신규 소요에 신속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해공군의 기존 소요제기에서 중복 또는 전투 효율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부분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미사일 방어작전에서 각 군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북한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한 KAMD 구축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변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군사적 차원의 억제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 미사일방어체계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은 만큼 정치적 차원의 결정과 군사과학기술적 차원에서의 검증 및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무기 소요를 식별하고 필요한 장비를 도입해야 군사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SM-3 도입 여부는 이같은 정치·군사적 조치들을 거친 후에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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