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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세워 인력 확충” vs “의료진 여건 개선·재배치” [심층기획-붕괴 위기 필수의료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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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03 06:00:00 수정 : 2023-03-03 00: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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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돌고 돌아 다시 의대 증원 <끝>

2020년 의사 수, 인구 1000명당 2.5명
OECD 평균 3.7명 못 미쳐 ‘최하위권’
경실련 “고령화 영향 의료 수요 늘 것”
의협 “의사 많은 주요국보다 대기 짧아”

韓 ‘치료 가능 사망률’ 스위스 다음 낮아
의협 “서울·지방간 차이 있지만 좋은 편”
시민단체선 “격차 해소 노력은 필수적”
협의체 ‘증원 논의’ 재개는 기약 없어

고사 위기에 몰린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들과 이들의 진료·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정부의 지원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가(의료행위 대가)를 올려 병원이 그 분야 의사들을 더 뽑도록 유도하더라도, 야간·휴일 진료를 담당하는 응급센터와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는 지방 거점병원을 더 만들더라도, 그곳에 갈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의료인력이 부족해 일은 더 많고 수요는 적으며 위험부담도 놓은 필수의료 관련 진료과목은 ‘기피과목’이 된 지 오래다. 의대에 들어간 미래의 의사들에게 사명감만을 바랄 수는 없다. 18년째 3058명인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의사 증원은 2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다. 세계일보는 ‘붕괴 위기 필수의료 살리자’ 마지막회로 의대 증원에 관한 의사단체와 시민단체의 입장을 들어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사 수, OECD 회원국 중 뒤에서 두 번째

 

의사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돼온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재추진된다. 이용자 중심 의료를 강조하는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부족한 의사 수를 방치한 채 마련한 지원대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의 67.6%에 그친다. 멕시코(2.4명) 다음으로 의사 수가 적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2.0명으로 줄어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35년에는 의사가 2만7000명 부족할 것으로 추계했다. 2일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의료는 더 다양해지고, 인구가 줄더라도 고령화가 수십 년 계속되면 의료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늘리고 공공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게 경실련 의견이다.

반면 의사단체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충분하다고 본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희(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오스트리아나 영국 등 OECD 주요국이 우리보다 의사가 많은데 고관절 치환술, 백내장 수술 등의 대기는 훨씬 길다”며 “우리나라의 외래진료 횟수는 가장 많은데 정말 의사가 부족했다면 이런 지표가 잘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소장 말마따나 우리나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OECD 평균(5.9회)보다 2.5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 우 소장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도 생각보다 많지만, 미래가 불확실하고 처우가 안 좋으니까 미용 분야에서 일반의로 개원하는 등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이라며 “여건을 개선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당장 의대 정원을 늘려도 전문의가 되려면 적어도 10년(의대 6년 인턴·레지던트 4∼5년)이 걸리는 점도 문제다. 의대 정원 확대로 당장의 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남 국장은 “의료취약지에 배치되던 공중보건의가 줄어들면서 지역 의료 격차 문제가 불거졌던 10년 전에도 의대 정원을 확대하자고 요구했지만 같은 이유로 묵살됐다”며 “이번에는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의사의 평균연령이 47.9세인데, 의사단체 요구대로 보상을 늘려도 이미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개원한 일반의가 병원에서 필수의료 전문의를 하기도 어렵다. 인력 재배치도 ‘급한 불’을 끄는 데는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개혁의 하나로 다뤄야 할 의제라는 것이다.

 

◆공공의대 없인 지역 의사 못 늘려

 

지역 공공 의대를 설립해 지역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의료진 여건과 의료환경 인프라 개선이 먼저”라는 의협 논리는 정치·경제·행정·문화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서울 공화국’을 해결하자는 말처럼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는 다른 산업과 달리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돼 있어 지역 의무 복무 등 강제성을 높일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별 의료 격차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은 충북(50.56명)이 가장 많고, 인천(48.58명), 강원(48.14명) 등 순이다. 서울(37.50명)보다 10명 이상 많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8월 국회 토론회에서 “기존 의과대학으로는 의사 인력 확충에 한계가 있다”며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과 지역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협은 숫자가 아닌 배분의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의 지역 의료 접근성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근거에서다. 실제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치료가능 사망률은 스위스 다음으로 낮다. 가장 높은 충북조차도 OECD 평균(79.5명, 2019년 기준)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우 소장은 “응급환자 사망률 등 분명 서울과 시·군 간 차이는 있지만 OECD 안에선 상당히 좋은 편”이라며 “지역 간 격차를 없애겠다는 건 이상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같은 보험료를 내는데 왜 거주 지역에 따라 다른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남 국장은 “어느 지역 주민이나 자기 소득에 따라 건보료를 내는데 의료서비스의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교통비와 시간 등 추가 비용이 들기도 한다”며 “동일하게 하는 건 이상적이지만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 여부 등을 논의하는 보건복지부와 의협 간 의료현안협의체는 잠정 휴업 중이다. 의협은 간호법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데 반발해 정부와 협의 잠정중단을 선언했다. 다만 의사들 역시 고사 위기의 필수의료진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어 협의체 복귀를 마냥 늦출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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