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커피를 마시면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
커피 향이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변연계를 활성화해 긍정적인 감정을 형성한다. 미각에 작용하는 맛 성분도 기분을 좋게 하는데, 관능을 괴롭히는 쓴맛이 미뢰에 포착되면 뇌가 보상 중추를 자극해 만족감을 일으킨다. 커피를 즐겁게 함께 나누는 좋은 경험이 축적되면, 향기로운 커피 한잔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기쁨의 감정이 생긴다. 이렇듯 커피 향미와 긍정적인 기억이 연관되면서 커피와 행복은 긍정적인 선순환 관계를 이루게 된다.
물론, 모든 커피가 이런 느낌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커피(Good coffee)란 무엇인가?
커피 생두 자체의 품질이 우수해야 하고 운송과 보관 과정 중에 상해서는 안 된다. 로스팅과 추출도 잘 이루어져 커피의 매력이 고스란히 잔에 담겨야 한다. 좋은 커피는 적절한 강도의 산미(Acidity), 단맛, 쓴맛, 점막에 작용하는 질감(Body)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기분 좋은 향미를 선사한다.

케냐 키암부 팅강가 커피를 한 모금 목 뒤로 넘기면 왜 장미 향을 맡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일까?
커피나무가 자란 땅이 영양분이 풍부하고 기온도 시원할 정도면 꽃과 과일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성분들이 씨앗에 축적된다. 로스팅을 거치면서 장미에 들어 있는 주요 향 성분인 베타다마세논이 커피에서도 생성된다.
커피가 모종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단지 성분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 커피를 마시다 문득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라 뭉클해지기도 하는데, 어떻게 커피가 이런 그리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커피 향이 후각세포를 자극해 전기신호가 발생하고, 이것이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감정과 기억을 처리하는 편도체와 해마에도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특정한 냄새는 그것과 관련된 생생한 기억과 감정을 촉발할 수 있다. 어머니가 커피를 준비하고 즐기는 모습을 본 경험이 커피와 어머니를 연결해 커피 향만으로도 어머니를 상기하게 될 수 있다. 이 덕분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위안이 된다. 어머니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면서….
한잔의 커피가 주는 지각과 정서에 관한 위 문답들은 커피애호가들을 깊은 사유로 이끌어 줄 만하다. 커피가 소중한 것은 단지 말초적 자극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보듬어주기 때문이다. 이는 오로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위 4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들은 모두 ‘챗GPT’가 각각 10여초 만에 작성한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커피와 인간의 정서와 관련된 부분까지 파고들어 논리적으로 정보를 엮어낸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런 세상에서 커피애호가들은 향미를 공부하는 데 더욱 ‘인간다움’을 요구받고 있다.
AI가 답할 수 없는 영역을 찾아내야 한다는 심정에서 “파나마 게샤 커피의 향미를 묘사해 달라”고 요구했더니, 주춤거림도 없이 재빠르게 “재스민 향이 나고 베르가모트의 뉘앙스와 함께 살구나 감귤류의 과일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근사한 문장을 만들어 보여줬다. 심지어 어떤 종류의 커피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나는 향미를 경험할 물리적인 신체가 없어 취향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이렇다”며 한가득 정보를 쏟아냈다. 커피 향미 감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인간다움을 표시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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