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문화예산 2%대까지 늘려, K컬처 지속가능한 미래 열어야” [세계초대석]

관련이슈 세계초대석 , 세계뉴스룸

입력 : 2023-03-01 06:00:00 수정 : 2023-03-01 00:18: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K컬처 국가브랜드 기여 비해 지원 미흡
관련 예산 규모 1.06%… 20년 넘게 제자리
제2의 ‘BTS’ ‘오징어게임’ 나올 수 있게
이젠 정부가 나서 시스템 구축해야 할 때

전통적 산업의 한계 뛰어넘는 문화산업
청년일자리 창출·문화소외층 포용 효과도
매년 0.2%씩 5년 걸려 단계적 인상 구상
구체적 목소리 내기 위해 비전대회 개최

현 저작권법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쳐
감독·작가가 재상영 분배금서 소외되고
영상물 저작권 일괄적으로 넘기는 구조
상반기 중 논의 마치고 2024년 중 개정 추진

“올라서기도 쉽지 않지만 지키는 건 더 어렵습니다.”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지난 2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가수 방탄소년단(BTS) 등으로 그 위상이 세계적 수준에 이른 ‘케이컬처’에 대해 상찬만 늘어놓을 때가 아니라고 했다. 문화산업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케이컬처를 향한 전 세계의 환호가 언제 시들해질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1980년대 황금기를 누렸지만 1990년대 들어 쇠퇴한 홍콩 영화를 거론했다.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지난 20일 국회 본청 문화체육관광위원장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 예산 중 문화예술체육관광 부문 예산 비중을 매년 0.2%씩 올려 5년 뒤 2%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 부문 국가재정 확대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홍 위원장은 “잘나간다고 그냥 시장에 맡겨놓을 게 아니라 정부가 더 투자하고 더 고민해야 한다”며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 국가재정 투입 확대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국가재정 중 현재 1% 남짓한 이 분야 투자를 조금씩 늘려 5년 뒤 2%대까지 올려놓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홍 위원장은 3월15일 각 분야 문화예술단체와 ‘문화예술체육관광 국가재정 2% 시대를 여는 비전대회’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은 홍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은 지 반년이 지났다. 소회를 듣고 싶다.

 

“제가 위원장을 맡았을 때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였다.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3년간 가장 피해가 큰 게 이 분야였다. 해외관광이 거의 불가해 관광업계 매출이 바닥이었다. 문화예술체육도 거리두기로 타격이 컸다.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면서 회복과 재도약을 준비할 때가 됐다. 케이컬처가 우리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그 지원체계는 상당히 미흡하다. 그간 예산·제도 지원을 위한 회의를 여러 차례 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올해도 계속 준비가 이어질 것이다.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 지원이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회적 관계망이 무너졌다. 개개인이 느끼는 고립감이 심화했고 자살, 알코올중독, 마약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붕괴된 관계망을 회복하는 데 여러 수단이 있겠지만 문화예술체육관광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장애인 지원·저소득층 바우처 제도 등 취약계층의 접근성 제고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제가 문체위원장을 맡으면서 세심하게 살피려 하는 게 바로 이런 포용성 확대다.”

 

―문화예술체육관광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결국 재원 확대가 필요하지 않겠나.

 

“그렇다. 시장은 잘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 시장에 도움이 되려면 정부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올해 정부 예산 중 문화예술체육관광 부문 예산은 1.06%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본인이 문화관광부 장관(1998∼1999)일 때 이거 1% 넘겼다고 자랑을 많이 한다. 그게 20년도 더 전이다. 다른 나라를 보면 대부분이 1.5% 이상이다. 많이 하는 나라는 3%도 하더라. 우리가 2% 시대 열어야 한다고 본다. 단번에 올리는 게 아니라 매년 0.2%씩 올려서 5년 뒤 2%대로 만드는 거다.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늘리려고 했는데 기획재정부가 깎았다. 국가재정을 관리하는 부처다 보니 우선순위가 좋게 얘기하면 전통적이고, 나쁘게 보면 고루하다. 늘 제조업 투자 우선이다. 실제로 질 좋고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문화예술 부문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투자 대비 효율도 낫다. 반도체에 1조원 들어가면 대개 장치 투자다. 문화예술은 근본적으로 사람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니까 같은 1조원이 들어가도 일자리 측면에서 결과물이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산업 추세나 대외수출을 봐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게 이 분야다. 관광도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요하다. 해외 관광하는 분들이 우리나라 들어오면 국내 수요가 만들어지는 거다. 국가브랜드 제고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케이컬처도 지원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영화 같은 대중문화는 홍콩이 아시아를 휩쓸었다. 그 전성기는 금방 지나갔다. 문화산업 수요는 수시로 바뀐다. 케이컬처 인기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잘나갈 때 변화해야 하고 투자해야 한다.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 국가재정 확대는 그저 재정 부담 더 지자는 게 아니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는 거다.”

 

―일리 있어 보인다. 정부도 그 목소리에 공감을 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화체육관광부는 너무 소극적이다. 주눅 들어 있다고 해야 하나. 2%로 상향이 되면 좋다면서도 뭘 하려고는 하지 않는 느낌이다. 기재부 그립이 너무 세다 보니 눈치 보는 것 같다. 저는 문화예술단체와 그 목소리를 내보려고 한다. 3월15일에 각 분야 대표, 원로분들을 모아 국가재정 2% 시대를 열기 위한 비전대회를 열 예정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1년이 다 돼간다. 문화예술체육관광 정책 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위원장 맡고 반년이 지났는데 국정과제 관련해 정부 관계자든 대통령실 관계자든 여당 측이든 누구 하나 ‘이거는 꼭 통과시켜달라, 도와달라’ 하는 게 없다. 사실 정부와 국회가 제일 많이 일해야 할 때가 짧게 보면 대통령 취임 1∼2년 차다. 2년 내 어떤 일을 기획하면 사실상 그 기간 할 일을 다 했다고 보면 된다. 남은 3년은 이전 2년간 해온 것을 끌고 가면서 보완하고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윤석열정부는 1년 가까이 허송세월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일 안 하면 5년 내내 아무것도 안 하고 끝날 수 있다. 제가 야당이기 때문에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 다른 거라도 가져와서 합의점을 찾아가려는 논의가 필요하다.”

 

―윤석열정부가 문화예술 분야 특성상 무리하게 간섭하진 않으려 하는 건 아닐까.

 

“김대중정부 때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민간 주도로 가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제도 지원까지 내버려두면 안 된다. 케이컬처만 봐도 BTS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 그룹이 다시 나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영상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이 있지만 특출한 감독, 기획자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갖추고 있느냐는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케이컬처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때다.”

 

―그 고민이 현재 국회가 논의 중인 저작권법 개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창작자에게 정당하고 공정한 대가가 지불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원칙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 출판·영상물·음반 등이 각각 구체적 상황은 다르다. 다만 확실한 건 수익금 분배구조를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셋(reset)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쟁점이 되는 건 영상물의 경우 우리나라 감독, 시나리오 작가가 재상영 분배금에 있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우리 법이 영상물 저작권을 기획사·제작사에 일괄적으로 넘기도록 하고 있다는 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사이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이 규정 때문에 창작자의 권리가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다. 우리 시장은 이런 보편적이지 않은 규정에 맞춰 구조가 짜여 있다.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게 관건이다. 가급적 논의를 올 상반기 내 마무리하려고 한다. 시장 준비, 다른 법령 정비를 고려할 때 빠르면 내년에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될 거라 본다.”

―케이팝 1세대 기업인 SM 내 경영권 분쟁은 어떻게 보는가.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가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다. 기업 내 가족·지인 관계가 강한 영향력을 미치다 보니까 정상적인 견제나 감시가 작동하지 않고 짬짬이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케이컬처가 성장하면서 케이팝 기획사 또한 그간 몸집을 키웠다. 이번 사태가 케이팝 대형기획사가 효율적이고 건강한 기업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 케이팝 시장의 지속가능성, 공정한 경쟁질서 유지가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다만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한 공권력 개입보다는 자율적 정화가 우선돼야 한다. 물론 더 나은 기업 지배구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업계와 국회, 정치권의 대화는 필요하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1967년 출생 ●관악고,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한양대 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통일부 정책보좌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원내대변인·원내부대표 ●제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수석대변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수석대변인·민주연구원장·정책위의장 ●제19·20·21대 국회의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2022.7∼)

대담=이천종 정치부장, 정리= 김승환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