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층만 남기고 女화장실 변경
학생들 안전·교육권 침해 지적
학부모측 “사전 논의 안해” 반발
대학측 “공문전달… 간담회도 진행”
‘폐쇄회로(CC)TV 촬영 중. 2층 3층 남자화장실 없음. 여자화장실 사용시 경찰에 신고.’
27일 찾은 서울 종로구 덕성여자대학교 평생대학원 2층. 2개월 전만 해도 여자화장실과 남자화장실이 각각 1곳씩 있었던 이곳에 여자화장실 2곳과 이런 경고문만이 있었다. 덕성여대가 올해 1학기부터 건물 2층과 3층 일부를 강의실로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남자화장실을 없앤 것이다.

그러나 덕성학원 산하 운현초등학교 학생도 이곳을 교정 일부로 사용하고 있는 탓에 초등학생의 안전과 교육권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생교육원 1층에는 운현초 급식실이, 2층에는 도서실이 있다. 덕성여대가 최근 건물 1∼3층의 화장실을 여자화장실로 변경해, 운현초 남학생들은 1층에 있는 남녀 구분 없는 장애인 화장실 1칸 혹은 4∼5층에 있는 남자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운현초 학부모들은 덕성여대가 평생교육원 사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운현초 학부모들과는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덕성여대 학생 편의만 고려하고 운현초 학생의 교육권과 안전 문제는 도외시했다는 지적이다.
덕성여대의 전신인 조선여자교육회는 1920년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창립한 뒤, 1987년 쌍문동에 있는 쌍문캠퍼스로 완전히 이전했다. 이후 종로캠퍼스에는 운현유치원과 운현초, 덕성여대 교육대학원, 평생교육원, 덕성학원 법인만 남게 됐다.

이 가운데 운현초는 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는 평생교육원 1~2층을 각각 급식실·도서실 등으로 사용 중인데, 덕성여대도 올해 1학기부터 평생교육원 2층과 3층에서 강의 2개를 진행하기로 결정해 운현초와 교정을 공유하게 됐다. 교내 안전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등학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는 추세인 가운데, 덕성여대의 결정으로 운현초 교정은 외부인에 더욱 개방되는 셈이다.
운현초 학부모들은 덕성여대가 종로캠퍼스 이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덕성여대 학생들을 상대로만 논의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덕성여대 측은 지난해 9월부터 총장과 총학생회가 모여 종로캠퍼스 운영 관련 회의를 진행했고, 10월부터는 ‘종로도심캠퍼스 교육활용 태스크포스(TF)’를 꾸려 6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운현초 학부모들은 이달 14일 열린 운현초 학부모 간담회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화장실 시설 공사’라고만 알고 있었던 학부모 129명은 즉각 항의서를 작성해 지난 20일 덕성학원 이사회에 전달했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2일 운현초에 공사 진행에 대한 공문을 전달했고, 지난주에는 학부모 간담회도 진행했다”며 “초등학생 안전을 위해 안전문제를 담당할 정규직 직원을 배치하고, CCTV 86대와 나무 울타리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등학교와 평생교육원 사이에 울타리를 설치해 초등학생과 대학생의 동선을 분리하고, 급식실·도서실을 이용하기 위해 평생교육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교사가 동행하게 하겠다는 설명이다. 화장실 문제에 대해서는 “1층 장애인 화장실과 4층 남자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2층에 남자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할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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