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한 것과 관련해 제주사회도 정 변호사 아들이 피해학생에게 제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빨갱이’이라고 비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27일 법원의 정 변호사 아들 정군에 대한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정군은 2017년 유명 자율형 사립고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한 동급생 A군에게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가했다.
정군은 A군에게 ‘제주도에서 온 돼지X’, ‘빨갱이 XX’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군은 제주도와 빨갱이를 연결시킨 적은 없다고 항변했지만, 피해 사실을 목격해 온 주변 학우들은 정군이 A군의 아버지가 제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빨갱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도정 현안 공유 티타임’에서 “제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피해 대상이 된데 상당히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정순신 변호사) 인식이 저급함에 분노한다”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오 지사는 그러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청 등과 협의를 통해 다른 지방에서 학업 중인 제주 학생들에게 이런 피해가 없도록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제주교육청과 조속한 시일 내 회의를 열어 도내에서 다른 시·도로 가서 공부하는 학생들 수를 파악하고 그 학생들이 학교 폭력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은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말 참담하다.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빨갱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니 더욱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피해 학생은 ‘죽을 생각 밖에 안 들었다’며 가해자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폭언에 시달린 것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무너져내리는 모멸감이 더욱 참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해 사실만큼이나 충격적인 것은 자식의 잘못을 바로잡아도 모자란 상황에서 부모가 나서서 가해를 두둔했다는 것”이라며 “과연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과 상식’인가”라고 비판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상위 30% 수준이었던 A군의 내신 성적은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하락했다. A군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불안과 우울을 겪었고, 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군은 지속적인 학교폭력 가해로 2018년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정 변호사 부부는 전학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끌고 갔지만 2019년 최종 패소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전학조치를 받았고 이에 불복,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해 ‘서면사과 및 출석정지 7일’로 완화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다시 춘천지방법원에 재심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 1심과 2심서 패소했지만 상고해 2019년 4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 정 변호사의 아들은 정시를 통해 수도권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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