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0페이지 분량에 개인 신상 등 총망라했지만 후보자 당사자에게 주로 집중돼
4년 전 아들 학폭 둘러싸고 행정소송 벌였던 정 변호사는 관련 질문에 "아니오" 답한 것으로 알려져

‘임용 전후에 적격성 논란이 발생할 경우 본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국정운영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지난해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직 예비 후보자 사전 질문서’는 국민에게 소명한다는 자세로 사실과 다르거나 누락되는 내용 없이 충실한 답변 작성을 예비 후보자에게 부탁하면서 이 같은 경고성 문장을 포함했다. 사실과 다른 답변으로 향후 공직 임용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한 총 60페이지 분량 사전 질문서는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의 기초 자료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기 시작 하루 전 스스로 지원을 철회한 정순신 변호사 사례를 계기로 대통령실이 이 같은 내용의 사전 질문서 일부를 보강할 방침인데, 질문서 보강이 정 변호사와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인사 검증 제도 개선은 이번에 드러난 문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질문서 보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질문서의 ‘사생활 및 기타’ 항목에는 ▲본인·배우자 또는 직계비속이 다단계·도박·성매매·유흥업소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일에 종사한 사실이 있나 ▲본인이 사회통념상 논란이 될 수 있는 취미 생활(내기골프·도박 등)을 하거나 국가적 비상상황 또는 재난·위기 상황에 골프나 해외여행을 한 사실이 있나 ▲본인이 타인으로부터 성희롱·성추행·성폭력 등이라고 문제제기 받을 만한 발언이나 행동을 한 사실이 있나 ▲본인·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나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자녀의 입시를 위해 성적·경력·수상 등 자료를 위·변조하거나 청탁을 하는 등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있나 등 질문이 있다.
정 변호사는 ‘본인·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나’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7년 유명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한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는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한 동급생에게 1학년 1학기부터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언어폭력을 지속하다 이듬해 전학처분을 받았었다.
정 변호사 부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의 사실상 법정 대리인으로서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본인·배우자 또는 직계비속의 외국 국적 취득 여부 ▲공무상 해외출장 시 배우자 또는 가족 동반 사실 여부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상 거주지의 차이 여부 등 개인 신상에 관한 내용을 총망라했지만 대개 후보자에게만 집중하고, 가족에 관한 얘기는 상대적으로 적어 대통령실은 사회적 민감도가 높은 ‘학교 폭력’에 관한 자녀의 연관 여부 등 기존 질문서가 직접 언급하지 않은 부분을 추가하고 질문도 더 세분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더욱 분명한 사전 경고로 해석될 문구를 넣는 등 후보자의 ‘진실한 답변’ 유도 방안도 고심 중으로 전해졌다.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최대한 빨리 대책을 세울 것”이라면서도 “공직 임용을 이유로 개인 삶을 어디까지 뒤집어 살펴볼 것인지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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